외부 영상물 시청·유포 혐의로 체포된 20대 청년 9명, 공개비판 받아

청진시 신암구역에서 지난달 중순 대규모 공개비판 진행…"자본주의에 눈뜬 새 세대 사상 통제 치열"

북한이 제작한 ‘수도에서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강도 높이 벌려나가자’는 제목의 영상물 일부. 주민들이 대중 앞에서 공개비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신암구역에서 외부 영상물을 집단 시청·유포한 혐의로 체포된 20대 청년 9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개비판이 진행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한국 영상물뿐만 아니라 유럽, 중국의 자본주의 영상물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집단 시청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청진시 신암구역 신암동의 20대 청년 9명을 대상으로 공개비판이 진행됐다”며 “공개비판은 지난달 18일 사법기관 주도로 열렸으며, 청진 시내의 많은 주민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청년은 지난 7월 은밀한 장소에 모여 한국 영화 등 외부 영상물을 시청하다 시 안전부의 기습 단속에 적발돼 체포됐다.

이로 인해 청년들이 살고 있는 가정집마다 각각 가택수택을 당했고, 이 과정에 외부 영상물이 담긴 휴대용 저장장치들이 대거 발견돼 가족들까지 모두 안전부에 불려 가 영상물 시청했는지, 영상물 유포 행위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받았다.

이후 시(市) 사법당국은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청년 9명을 내세운 공개비판을 진행하게 됐다.

시 사법당국은 공개비판에서 이 청년들이 한국 영화, 한국 뉴스는 물론이고 자본주의적 요소가 가득한 유럽과 중국의 영화들도 무더기로 시청하고 심지어 유포까지 했다고 폭로하면서 이를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중대하고 엄중한 반사회주의 행위”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갑작스럽게 공개비판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공개비판장에 하나둘 모여든 청진시 주민들, 특히 청년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공포감 속에서 공개비판 현장을 지켜봤다는 전언이다.

지금까지는 1~2명의 일탈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청년이 집단으로 외부 영상물을 시청하고 심지어 유포까지 했다는 점에서도 충격이 컸고, 더욱이 하나의 반사회단체를 조직한 것으로까지 될 여지가 있어 공개비판 현장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웠다고 한다.

실제 공개비판에서는 이들의 행위를 격렬히 규탄하는 또래 청년들의 토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렇게 공개비판이 끝난 뒤 무대에 세워졌던 청년 9명은 다시 안전부로 호송됐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국가가 자본주의에 눈뜬 새 세대에 대한 사상 통제를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가감 없이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주민들은 젊은 세대가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과 외국의 영상물을 몰래 보고 있는 실상을 안타까워했으며, 늘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청년들의 욕구를 묵살하고 무자비한 처벌의 칼날을 들이대는 국가에 무정함을 느끼면서도 그저 말없이 눈치만 이리저리 살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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