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상품 포장과 라벨, 각종 홍보 인쇄물의 품질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중국을 통해 인쇄·포장 설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된 포장재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설비와 기술을 함께 도입해 자체 생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7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측 무역회사와 일부 생산 단위 대표들이 중국 사업가들과 접촉해 상품 포장재와 상업용 인쇄물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인쇄 및 후가공 설비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지방발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생산 시설의 현대화와 함께 생산품의 포장 수준 향상 등 외형 개선을 꾀하고 있는 것이 인쇄·포장 설비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과거 북한은 개성고려인삼 제품이나 고려약(한약), 술·담배 등 비교적 고급의 수출용 상품을 중심으로 포장지와 라벨, 상표 제작을 중국 업체에 외주로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 내에 관련 설비를 갖춰 자체적으로 가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포장지나 상표를 중국에 맡겨 만들어 들여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아예 자체적으로 인쇄하고 가공하려는 것 같다”며 “수출품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품도 상표와 포장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인쇄 설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상품 수입에 관여해 온 중국 내 사업가들 사이에서는 “속은 그대로인데 겉포장은 확실히 화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생산된 상품의 내용물과 별개로 포장지나 라벨, 상표 디자인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데 대해서는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관심을 보이는 설비는 단순 인쇄기에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보물과 책자, 전단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옵셋·디지털 인쇄기는 물론 리플릿을 접거나 책자를 만드는 접지·제본 설비, 상품 상자와 스티커·라벨 등을 제작하는 패키지 후가공 설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다만 대형 설비를 대규모로 도입하기보다는 중소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확보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설비를 무작정 많이 사는 것보다 기계를 제대로 돌릴 수 있는지, 고장이 났을 때 손볼 수 있는지, 생산 공정을 어떤 순서로 운영해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라며 “설비 판매와 함께 설치와 시험 가동, 기능교육 같은 실무 지원이 가능한지, 이후 수리나 부품 공급 등 사후관리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도 중점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북한 측 대표들은 대북 사업 경험이 있는 중국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합작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사업가들을 통해 북한 현지에서 기능공 교육과 시험 가동까지 지원받아 자체적인 인쇄·포장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최근 상품의 내용물뿐 아니라 외관과 홍보 효과까지 상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지방발전 정책에 따라 지방공업공장이 늘어나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제품별 포장지와 상표, 설명서, 홍보물 제작 품질 향상에 관한 수요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소식통은 “요즘 북한 상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포장이나 상표”라며 “잘 만든 포장 하나가 물건을 더 좋아 보이게 하고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북한 측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이 인쇄·포장 설비뿐만 아니라 기술 확보에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은 상품 생산에서의 외부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향후 실제 합작 사업을 통해 설비 도입과 기술 지원이 확대될 경우 북한 내 공장 생산품의 외관뿐만 아니라 유통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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