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가져야 손해보지 않는다”…北 농촌서도 외화 선호 현상 확산

환율 상승에 내화 가치 하락하자 위기의식 커져…여윳돈 외화로 바꾸려 움직이는 농촌 주민들

북한 화폐.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농촌지역에서 여윳돈을 달러나 위안화 등 외화로 환전해 보유하려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외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농촌 주민들 사이에서도 “내화(북한 원화)를 가지고 있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룡천군과 동창군 등 농촌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소액의 내화라도 달러나 위안화로 바꾸기 위해 인근 도시를 찾는 모습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내화보다는 외화로 보유하는 편이 자산 가치를 지키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거 농촌 주민들은 일상적인 거래에서 외화를 쓸 일이 많지 않아 도시 주민들에 비해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둔감했다. 특히 장마당이 열흘에 한 번 정도 열리는 산간 지역에서는 주로 내화 거래나 물물교환이 이뤄져 외화 자체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그러나 2024년 하반기부터 시장 물가와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실제로 최근에는 농촌지역에서도 물건을 거래할 때 당일 환율을 기준으로 내화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물건값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자, 농촌 주민들 사이에서 내화를 그대로 보유할수록 자산 가치가 떨어진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소식통은 “2년 전부터 돈대(환율)가 계속 오르고 국돈(내화)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외화에 관심이 없던 농촌 사람들도 이제는 단돈 얼마라도 있으면 외화로 바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 이전에는 100달러가 국돈 80~90만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600만원 정도”라며 “당시 국돈 90만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지금 돈대로 따지면 15달러 정도밖에 안 되지만, 100달러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지금 국돈 600만원을 쥐게 된 것이니 더 말해 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국경 지역은 비(위안화)를 많이 쓰지만, 장사가 주업이 아닌 농촌 주민들은 그나마 있는 돈을 국돈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물가와 돈대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오르면서 어디서든 이 이야기로 들썩이고, 그래서 농촌 주민들도 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고 했다.

현재 농촌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국돈은 종잇장보다 못하다”, “깨지(깨우치지) 못한 사람들이나 국돈을 가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라는 전언이다.

이 소식통은 “화폐개혁을 거치며 국돈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는데, 최근 물가와 돈대 급등으로 또다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화폐개혁 당시에는 모두가 똑같이 피해를 봤지만, 지금은 외화 보유 여부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지다 보니 외화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에서 외화를 못 쓰게 아무리 단속해도 지금처럼 국돈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단속이 무슨 소용이겠느냐”며 “국돈보다 외화를 가져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인식만 더욱 굳어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자산 보존 수단으로서 외화를 선호하는 현상이 농촌지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농촌 주민이 외화 보유를 통해 내화 가치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농사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대다수 농촌 주민은 외화로 바꿀 여윳돈 자체가 없어 물가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의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농촌에서도 외화 자산 보유 여부가 경제적 수준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국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달러나 비로 바꿔 가지고 있으면 되지만 바꿀 국돈이 아예 없는 사람은 그럴 수도 없다”며 “생활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데 외화를 가진 사람들과 외화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격차가 피부로 체감되다 보니 좌절감만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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