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불신 키운 단속의 역설…‘이관집’ 거래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

은행은 추적 당해 조사 받고 인편 송금은 분실·몰수 위험 있어…결국 다시 개인 송금업자 찾아

2018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한동안 위축됐던 개인 송금업자, 이른바 ‘이관집’ 거래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북한 당국이 개인 송금업자를 단속하며 공식 은행 이용을 유도했으나 은행 거래 과정에서 자금 출처 조사나 체포 사례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은행 거래 불신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2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에서는 내륙으로 돈을 보내거나 받을 때 중간에서 연결해 주는 이관집 거래가 다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한동안 단속이 심해 거래를 상당히 조심했었는데 요즘에는 다시 개인 송금업자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개인 송금업자들은 오래전부터 국경과 내륙, 혹은 내륙 도시 간 물품 거래 과정에 개입해 수수료를 받고 거래 대금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내화 송금뿐만 아니라 외화 환전까지 맡으면서 북한 내 비공식 금융망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자금을 공식 금융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은행 이용을 장려하고 개인 송금업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이들의 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소식통은 “개인 송금업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이들은 물론이고 이들과 거래했거나 연관된 주민들까지 보위부 조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며 “내륙에 물건을 보내고 그 돈을 받아야 하는 장사꾼들도 한동안 이들과의 거래를 꺼렸다”고 말했다.

단순 물품 대금 거래라 하더라도 조사 과정 자체가 부담인 데다, 처벌 수위도 예측하기 어려워 이관집 거래를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은행을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 거래 내역이나 자금 출처가 보위부의 추적 대상이 돼 조사받거나 체포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은행은 역시나 안전한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소식통은 “은행을 이용했다가 문제시된 사례를 옆에서 목격하기도 하고 소문으로 듣기도 하는데 누가 은행을 이용하려 하겠느냐”면서 “은행은 기업소나 무역회사들이 주로 이용하지, 개인들은 은행 송금을 꺼린다”고 말했다.

결국 개인 송금업자를 통한 거래도, 은행을 통한 거래도 위험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상인들은 서비차(개인 운송 차량) 운전사나 믿을 만한 사람을 통해 현금을 직접 전달하는 ‘인편 송금’으로 방식을 전환했다. 인편 송금은 거래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편 송금 역시 불편과 위험이 적지 않았다. 현금을 맡긴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전달 과정에서 돈을 잃어버리거나 빼돌릴 가능성도 있어 무사히 도착했다는 확인을 받을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컸다.

소식통은 “사람을 통해 돈을 보내면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계속 걱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내화보다 외화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단속에 걸리면 돈을 몰수당할 수도 있고, 전달하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잃어버렸다고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녔다”고 말했다.

결국 인편 송금의 한계와 은행에 대한 불신이 맞물리면서 개인 송금업자를 찾기 시작했고, 한동안 잠잠했던 이관집 거래가 다시 활성화되는 분위기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주민들의 자금 흐름을 통제하려던 당국의 조치가 오히려 은행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워 주민들을 다시 비공식 송금망으로 돌려세운 셈이다.

소식통은 “요즘은 단속이 예전 같지 않긴 하나 개인 송금업자들이 다시 돈을 움직이고 있어 언제 또 단속이 본격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주민들도 조심스럽게 거래하는 상황”이라며 “개인 송금업자들도 전화가 도청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통화 시 암어를 쓰거나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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