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경제협력 ‘단순 투자’서 ‘노하우 학습’으로 체질 전환

자본·설비 유치 넘어 생산 방식 및 운영 시스템 흡수하려…기능공 교육 체계까지 벤치마킹 움직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5월 20일 대동강식료공장 직원들이 생산 활성화를 위해 과학기술을 학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이 중국과의 합작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본·설비 유치를 넘어 생산 방식과 운영 노하우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중 경제협력의 성격이 일차원적인 자원 공급 수준에서 중국식 생산·경영 시스템 학습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농업과 수산업, 제조업, 경공업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중국 투자시찰단을 적극 유치해 합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합작 사업 논의 과정에서는 중국의 생산 및 품질관리, 설비 유지관리, 유통 체계 등 운영 전반에 대한 경험을 전수받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서는 단순히 외부 자본과 설비를 끌어들이는 차원을 넘어 중국식 생산 방식과 운영 노하우를 습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돈과 설비, 원료를 확보하는 것이 북한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중국 기업이 어떻게 생산하고,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유통하는지까지 배우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부문별 대표단을 꾸려 중국 내 주요 생산 시설을 방문하는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단은 중국 현지에서 생산 방식과 설비 운영 실태, 관리 체계 등을 직접 살펴보며 이를 북한 내 생산 시설에도 도입, 이식할 수 있는지 타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평안북도 농업 부문 대표들이 중국 랴오닝성 일대 농촌 지역을 방문해 농장 운영 실태와 생산 관리 방식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농촌 살림집 건설에 활용되는 토피블록(흙벽돌) 생산기술과 제조 설비 등도 살핀 게 대표적인 사례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농장 운영권 달라” 中 투자자 제안에 北 “논의할 가치 없다” 격분)

특히 북한은 기능공 등 기술 인력 양성 부문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설비나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제대로 다루거나 운용할 줄 아는 기술 인력을 키우는 것에서도 중국 측 노하우를 전수받으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요즘 북한 대표들이 중국을 방문하면 단순히 설비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작업 공정과 관리 방식, 기능공 교육 과정까지 세세하게 살핀다”며 “배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배우겠다는 의지가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외화를 벌기 위한 합작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술이나 체계를 익히고 활용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며 “단기적으로는 합작을 통해 선진 기술과 체계를 습득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체적으로 생산,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핵심 설비와 부품, 고급 기술 이전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질적인 전력난과 원자재 부족 등 북한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중국식 시스템 도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최근 북한이 중국의 생산·경영 시스템을 흡수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은 북중 경제협력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중국과의 합작 사업을 단순 투자 유치가 아니라 자체 생산 기반 공고화를 위한 학습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향후 북중 경제협력의 질적 변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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