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령’, 김일성에서 김정은으로의 이동
2026년 북한 개정 헌법의 가장 큰 특징은 ‘김일성-김정일’ 지우기이다. 선대 지도자들의 업적, 유훈뿐만 아니라 호칭 지우기까지 진행되었다. 북한 정권의 시작(시원)도 봉인해 버림으로써 국가의 정체성까지도 실종되었다. 아래 2023년 북한 헌법 서문 문장들에 대한 전면 삭제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국가건설사상과 업적이 구현된 주체의 사회주의국가이다.” (2023 헌법 서문1)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창건자이시며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이시다.” (2023헌법 서문2)
이 문장들이 사라지고 2026년 개정 헌법은 서문을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며 사회주의위업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국가이다.” (2026 개정 헌법 서문1)
북한 정권의 역사가 송두리째 날아간 것이다. 덩달아 김일성이 창건자임도 가려졌다. 게다가 북한의 지도 이념인 주체사상이 김일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도 감춰졌다. 심지어는 ‘주체사상’ 용어도 사라졌다. 완벽한 김일성 지우기이다. 그 절정이 바로 수령이 김일성에서 김정은으로 이동한 정황이다. 2023년 헌법 서문은 김일성을 호명(21차례)하면서 줄곧 수령으로 지칭했었다. 그런데, 2026 개정 헌법 서문에는 김일성의 이름이 단 한 차례도 거명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수령 김일성’도 사라졌다. 하지만, ‘수령’ 용어는 아래와 같이 유지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령의 유일적 령도체계를 확립하고 자주의 혁명로선을 견지하며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는 것을 국가건설과 활동의 근본원칙으로 한다.” (2026 개정 헌법 서문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수령의 구상과 의도대로 국가사업 전반을 조직진행하며 수령의 국가건설사상과 업적을 견결히 옹호고수하고 끝없이 빛내여나간다.” (2026 개정 헌법 서문5)
수령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가?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가 그것을 짐작게 하는데, 바로 이것이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말하기 때문이다. 아래 서문 문장에 나오는 ‘김일성-김정일주의’와 연결시키면 설득력이 더욱 높아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지침으로 하며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국가건설의 총적방향, 총적목표로 한다.” (2026 개정 헌법 서문2)
2026 개정 헌법도 여전히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 지도 이념으로 규정했다.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라고까지 표방했다. ‘김일성-김정일주의’는 김일성의 혁명사상(주체사상)과 김정일의 혁명사상에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가 결합된 것이다.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지도)에 의해서만 김일성-김정일의 사상이 성취된다는 논리이다.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에서 수령이 김정은을 가리킨다는 결정적 근거이다. 자연스럽게 “수령의 국가건설사상”은 곧 ‘김정은의 사상’이 된다. 북한은 2026년부터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그냥 ‘김정은의 사상’(김정은주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미 북한은 ‘김정은의 사상’을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계승하고 심화·발전시킨 사상이라고 제시하고 교육시키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정치 현주소를 담은 2026년 개정 헌법은 서문에 김정은을 ‘수령’으로, 김정은의 사상을 ‘수령의 사상’으로 시사하며 ‘수령 제일주의’를 강력히 선언한 것이다. 사실 2023년부터 김정은의 사상을 ‘수령의 사상이론’이라고 북한은 불렀다(2023.10.27. 노동신문 기사).
따라서 2026 개정 헌법을 ‘김정은 헌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헌법 서문 마지막 문장에는 ‘인민의 법전’이라고 표기했지만 이는 단지 명목상에 불과할 뿐이다.

영토조항의 서해상 경계 모호, NLL 충돌 가능성 고조
2026 개정 헌법에서 ‘두 국가론’이 명문화(헌법화)되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그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영토조항과 통일 용어 삭제이다. 북한은 2026 개정 헌법 제1장(정치) 제1조에 “우리나라의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라고 명시했고, 제2조에는 아래와 같은 영토조항을 넣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있는 령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령해와 령공을 포함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령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영토를 지정했으며 영역에 대한 침해(침범)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령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령해와 령공“이라고 적시하면서 해상 경계의 모호성을 드러냈다. 북방한계선(NLL)일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NLL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부정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1999년에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KWSMMD)일 가능성이 높다. 이 분계선은 백령도를 포함, 서해 5도 주변 해역을 모두 북한 수역으로 지정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지대’라는 절충안이 협의되었지만, 2009년 북한은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다시 고수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해왔다. 그 이후 2018년 9·19 군사합의를 통해 이 문제(경계선 획정)를 해결하려 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 한가운데 현재에 이르렀기에 이번 영토조항에 이 경계선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령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한 만큼 서해상의 긴장감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고 상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상존하게 되었다. 제1,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등은 북한의 NLL 부정(거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영토 완정의 이중성, 전략적 모호성
2026 개정 헌법에서 통일 용어가 삭제되어 ‘두 국가론’의 헌법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2023) 제9조, 통일내용이 나오는 문장을 개정 헌법에서는 서문으로 옮겼으며 ‘조국통일’ 용어를 삭제했다. 아래는 그 변화된 내용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위하여 투쟁한다”(2023년 헌법, 제9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그 기능과 역할을 높이면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을 사회주의건설의 총로선으로 틀어쥐고나간다.”(2026 개정 헌법 서문)
문장 전체가 삭제된 것이 아니라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 ‘조국통일’ 용어들만 사라졌다. 통일 관련 용어들을 의도적으로 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공헌했던 것처럼, 남한을 적대적인 국가로 딱히 규정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헌법 서문에 처음으로 ‘평화’, ‘친선’, ‘세계의 평화’, ‘인류공동 번영’이라는 용어들이 ‘대외정책’, ‘대외관계 확대발전’과 연결되어 나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주, 평화, 친선을 대외정책의 기본리념으로, 국익수호를 불변의 원칙으로 틀어쥐고 대외관계를 확대발전시키며 세계의 평화와 안전, 인류공동의 번영을 위하여 투쟁한다.” (2026 개정 헌법 서문14)
이 문장과 남한이 상관없다고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지 통일부도 두 국가론이지만 적대적 감정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발표했고, 언론도 이 점을 부각시켰다.
관건은 ‘영토 완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이 용어는 ‘수호’와 ‘회복’이라는 이중성이 있다.
수호는 보존(유지)을, 회복은 통일(정복)을 의미한다. 남조선 해방 차원에서 영토 완정을 내세웠던 북한이 몇 년 전부터는 수호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26 개정 헌법 조항에 나오는 영토 완정도 후자에 가깝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장력의 사명은 국가주권과 령토완정, 인민의 권익을 옹호하며 모든 위협으로부터 사회주의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사수하고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강력한 군력으로 담보하는데 있다”(2026 개정 헌법 제4장 제57조)
그래서 통일부와 언론들도 ‘수호’ 측면으로 받아들여 ‘적대적인 두 국가론’이 아니라고 평가들을 한다. 하지만 이 용어의 이중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 차용된 이 용어를 중국은 대만을 염두하며 하나의 중국을 표방할 때 여전히 사용한다는 점이다. 만일 북한이 영토 완정을 수호 측면으로만 간주했다면, 이번에 신설된 영토조항(2조)에도 이 용어를 포함시켰어야 했다. 북한이 회복 측면에서 이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 성급한 판단이며 위험한 발상이다.
두 국가론의 성격은 ‘적대적인 한시적 두 국가 관계’
2026 북한 개정 헌법에서는 대남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법령’은 남한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국가핵무력 정책도 북한이 2023년 9월에 헌법화시킨 것으로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다. 김정은이 그렇게 선언하고 언론매체가 그대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월 6일 통일부가 제공한 개정 헌법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 헌법에는 국가핵무력 정책 관련 조항이 없었다. 2026년 개정 헌법에서야 국무위원장 권한 안에 관련 조항들이 신설되었다고 발표했다. 필자가 직접 2023년 헌법 전문을 검토하며 재확인했다. 이처럼 북한은 기본적으로 대남 전략에 있어 모호성 전략을 강력히 전개한다. 이번 개정 헌법 서문에서도 2012년부터 유지해 왔던 ‘핵보유국’ 용어를 삭제했다. 하지만 헌법 전문(본문) 제4장(국방) 제57조에는 핵보유국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국가방위에서 전인민적, 전국가적방위체계에 의거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발전을 고도화한다.” (2026 개정 헌법 제4장 제57조)
이 또한 전략적 모호성 일환이다. 앞서 밝혔지만, ‘영토 완정’은 더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적대적인 두 국가론을 포기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북한이 대남 적화 야욕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시각도 틀린 것만은 아니다. 남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표방하는 국가핵무력 정책에 이 용어가 들어가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두 국가론이 영구 분단의 성격이 아니라는 평가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필자는 2026년 개정 헌법에 나타난 두 국가론을 ‘적대적인 한시적 두 국가관계’라고 제시해 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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