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북한으로부터 연일 조롱받으며 위협당했다. 북한의 일개 공무원이 우리 정부를 향해 “참으로 가관”, “개꿈 같은 소리”, “멍청한 바보들”, “희망 섞인 해몽”, “말귀가 어두워”, “계속 앞에서 까불어대면 재미없다”(4.7 밤 장금철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 ‘가장 적대적인 적수국가인 한국의 정체성은 변할 수 없다’ 담화)는 망발을 쏟아냈다.
북한을 오랫동안 관찰, 연구해오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아쉽고도 아프다. 화까지 치민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조롱, 무시당하는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이고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대북정책이 소망(wishful thinking)에 기초해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A(일반론)와 B(위협론)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니 B에 보다 방점을 두고 있는데, A만을 의도적으로 부각하여 해석하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데 원인이 있다. 물론 상당수 언론도 이에 동참해서 그럴듯한 헤드라인으로 국민들을 미몽(迷夢)에 빠지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직무감사 필요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조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되돌아온 ‘문재인정부 Again’의 길을 가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실용주의와 숙의 과정을 중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 냉철한 성찰을 통해 반드시 교훈(재발방지책)을 도출해야 한다.
‘감사원 직무감사’가 실질적 액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각 부처 및 NSC 업무 수행 전반에 대한 진단을 통해 ▲부처 실무자가 잘못 평가한 것인지(‘상급자 의중 맞추기’) ▲급변하는 한반도 및 세계 정세 속에서도 철 지난 신념에서 못 벗어난 리더의 실수인지(‘과욕, 오판’) ▲집단사고의 한계 인지를 분명히 짚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유사 사태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북한 담화 전문(全文)
그래서 오늘은 국민들이 북한 담화 2건을 직접 읽어 봄으로써 정부와 언론이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이 원하면 특정 도서관을 방문하여 노동신문을 직접 읽어 볼 수 있지만, 그런 품을 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담화의 분량도 그리 길지 않다. 아래 김여정-장금철 담화 전문 중 굵은 강조체로 나타낸 부분이 정부와 언론이 고의든 실수든 놓친(看過) 부분이다.
①김여정 당 부장 담화
“리재명 한국 대통령이 6일 자기 측 무인기의 공화국 령공 침범사건과 관련하여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유발시킨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시한다고 언급하였다.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한다.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하였다.
한국 측은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로만 외울 것이 아니라 자기의 안전을 위해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모한 일체의 도발행위를 중지하며 그 어떤 접촉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가의 신성불가침의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사건이 재발될 때에는 이미 경고한 바와 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다시금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6년 4월 6일 평양.”
②장금철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 담화
“6일 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한국과 관련한 담화를 발표하였다.
이에 대한 청와대를 포함한 한국 내 각계의 분석은 참으로 가관이다.
한국 측이 우리 정부의 신속한 반응을 놓고 《이례적인 우호적 반응》,《정상들사이의 신속한 호상의사 확인》으로 받아들이며 개꿈같은 소리를 한다면 이 역시 세인을 놀래우는 멍청한 바보들의 《희망섞인 해몽》으로 기록될 것이다.
담화의 주제의 핵은 분명한 경고였다.
당중앙위원회 부장의 담화에 대하여 말한다면 분명 그는 아주 짤막한 점잖은 문장과 표현으로써 한국을 향하여 재치있는 경고를 날렸다.
말귀가 어두워 알아듣지 못하길래 내가 읽은 담화의 속내를 일깨워 주고자 한다.
《잘했다, 너희가 안전하게 살려면 이렇게 솔직하게 자기 죄를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뻔뻔스러운 것들 무리 속에 그래도 괜찮게 솔직한 인간도 있었는데…? 안전하게 살려면 재발을 막아라, 계속 앞에서 까불어대면 재미없다, 편하게 살려면 우리에게 집적거리지 말아!》 이것이 내가 읽은 담화의 기본줄거리이다.
오늘도 김여정부장은 며칠 전 유엔인권리사회에서 조작된 그 무슨 《결의》에 대한 언급을 하는 와중에 한국을 동네개들이 짖어대니 무작정 따라 짖는 비루먹은 개들이라 평하면서 어제 밤 자기의 담화가 재미있었는가를 나에게 물었다.
물론 나는 그에게 한국 측의 《희망섞인 해몽》이 매우 재미있다고 답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가장 적대적인 적수국가인 한국의 정체성은 당국자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결단코 변할 수 없다.
2026년 4월 7일 평양.”
맺음말
김여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무인기사태 사과(4.6 국무회의 모두발언)와 관련 2가지 포인트를 이야기했다. 하나는 “다행스럽고 현명한 처사,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는 의례적(儀禮的) 발언이었고, 또 하나는 “그 어떤 접촉시도도 단념해라,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경고성(警告性) 엄포였다.
방점은 ▲글의 흐름(논법)이나 ▲2023년 말 주창한 민족과 통일을 원천 부정하는 ‘적대적 2국가론’ 기조 ▲특히 얼마 전 끝난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의 김정은 강성 연설을 볼 때 당연히 두 번째에 있었다. 여러분도 담화 원문을 직접 읽었으니 내 소견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첫 번째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다가 장금철로부터 치욕적인 설명(조롱)을 들어야 했다. 남북관계 복원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비전과 노력은 평가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정책은 소망에 기초해 펼쳐서는 안 된다. 분명히 상대(김정은)가 있고 주변국(환경)이 있다. 긴 호흡을 가지고 객관적 분석과 치밀한 전략전술에 기초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무인기사태 공식 사과는 통치권 차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은 대승적 차원에서 움직이는 게 맞다. 그렇지만 각 부처가 대통령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청와대는 각자의 정체성에 맞게(‘답게’) 행동해야 한다. 물론 언론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 “실패와 성찰은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격언을 옮기며 오늘 글을 마친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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