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통일부 장관 언급한 ‘한조관계’, 남북관계 인식 전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적대의 종식과 평화공존을 위한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정동영 장관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25일 통일부와 통일연구원 공동주최 학술회의 개회사에서 ‘한조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부 부처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남북관계를 한조관계로 언급한 것이다.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를 공식화한 순간, 남북관계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더 이상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을 전제로 한 통일 지향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적대시하는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규정된 것이다. 수령의 교시가 절대적인 북한에서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를 언급했을 때부터 이미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은 명약관화했다. 전쟁 준비를 완성하고 한국을 가장 적대적 국가로 공인한다는 김정은의 말은 이미 그 자체가 헌법적 방향으로 제도화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전제로 한 대화와 협력 구상이 실질적 가능성을 갖는다고 보는 것은 현실 인식 결여에 가깝다. 설령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남북’이라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한국과 조선’이라는 국가 대 국가의 틀 속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회담의 형식과 내용 자체가 이미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강조하며 평화공세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오히려 영구 분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통일부 장관이 ‘한조관계’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북한의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그대로 호명하며 체제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헌법적 가치의 통일을 지향해야 할 주무 부처의 수장이 ‘두 국가 관계’를 전제로 한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는 통일부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만약 남북관계를 완전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본다면, 그 업무는 통일부가 아니라 외교부의 소관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인식이 정책으로 제도화될 가능성이다. ‘평화적 두 국가 모색’을 주제로 정부 부처와 국책 연구기관이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학문적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헌법이 지향하는 통일 원칙과 배치되는 방향의 정책 담론이 공공의 재원으로 뒷받침되는 상황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문제를 단순히 진보와 보수의 대립 구도로 환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본질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와 국가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지향한다는 원칙은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규범적 지향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 주민들의 현실이다. 김정은 정권 아래에서 기본적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두 국가 간 평화’라는 개념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평화는 단지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보장되는 상태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통일을 향한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이유로 이를 수정하거나 포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순간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이든 그것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헌법적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의 흐름은 과연 그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게 과연, 우리가 지켜야 할 나라인가. 대한민국은 정녕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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