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9차 당대회 관련 단상(7): 뒷이야기(落穗)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 28일 “위대한 우리 국가의 전면적부흥과 줄기찬 발전려정에 불멸의 이정표를 세운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를 뜻깊게 기념하는 온 나라 인민의 크나큰 감격과 기쁨을 더해주며 27일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가 진행되였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5년 주기 최대 정치행사인 당대회(2.19~25)가 종료되었다. 필자는 대회가 갖는 집권 15년차 김정은 정권사에서의 의의, 향후 남북한 관계 파급 영향 심대성 등을 고려하여 지난해 12월부터 전망 위주의 글을 시리즈로 써왔다.

이번 글은 7번째 정론이지만, 넘버링을 하지 않은 ‘12월 당 전원회의 관련 단상’(2025.12.1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도 이번 9차 당대회 소집 시기와 관련된 것이므로 사실상은 8번째라고 할 수 있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북한은 폐쇄국가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전망은 쉽지 않으며 틀리는 일도 다반사다. 그렇지만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가능한 많은 예측 글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논의가 활발해지고 정부 부처가 여러 관점과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선제적·창의적으로 대비해 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담당관 또는 고위 정책결정자의 고정관념이나 희망성 사고가 지배하여 정보판단(정책) 실패까지 초래할 수 있다. 레드팀(red team) 역할까지 수행하면 금상첨화다. 단 논리적인 추론 없이 점(點)에서 곧바로 면(面)으로 점프하거나, 과거 사례를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식의 접근은 금물이다.

정반합(正反合)

바둑을 끝내고 복기를 하거나 공부할 때 오답노트를 만드는 목적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좋은 결과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9차 당대회 전망 포인트를 한번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먼저 소집 시기 및 북한 움직임과 관련해서이다. 필자는 대회 소집일을 북한이 처음 발표했던 연초(年初) 또는 연초가 그냥 지난 후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측한 2월 초가 아니라 ▲2월 하순 이후를 지목했으며, 대회를 전후로 무인기 사태(이재명정부의 사과와 무관하게)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소재로 ▲대적-대결 의식을 확산하는 대주민 심리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이 2월 하순 이후 대회 소집을 예상한 배경은 북한이 통상 연초 당대회를 소집할 경우 열지 않던 ‘12월 당 전원회의’를 다소 이른 시기(12.9)에 개최한 것이 결정적인 증좌(smoking gun)였으며, 김정은의 계속되는 현장 시찰(목표달성 미달 시사)과 급변하는 국제정세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였다.

그렇지만 “북한이 대적의식 고취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북한이 과거의 패턴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 같은 태도는 선대 노선을 부정한 ‘적대적 2국가론’의 민감성을 고려하여 지금까지처럼 로우키(low key)로 대처하는 게 유익하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며(수정 당규약 세부 내용 미공개와 같은 맥락), 이재명정부의 계속된 선제적 유화 조치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대회에서 다룰 핵심 콘텐츠와 메시지는 ▲김정은 치적 선전과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 지속 천명 ▲새로운 국방 및 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립 발표 ▲당규약에 새시대 당 건설 5대 노선 등 김정은 혁명사상과 적대적 2국가론 기조 명문화 ▲대미 강-온 양면정책(조건부 대화론) ▲대한민국 무시(적대) ▲권력층 세대교체 및 김여정 당 정치국 후보위원 복귀 ▲김주애 후계자 지위 부여 개연성 별무(열병식 배석 정도) 등을 예측했는데 적중했다.

이 같은 예측은 집권 15년차를 맞은 김정은이 핵개발 및 러-우 전쟁 파병 등 자신이 주도한 공격적 정책의 성공에 따른 자신감, 특히 ‘적대적 2국가론’을 주창(2023.12) 이후 선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에 기초한 것이었다. 대남-대미 관계와 관련해서는 김정은의 정세 인식(한류에 대한 구조적이고 심대한 위기감과 중-러 우선의 진영외교적 사고)을 중점 고려한 결과였다.

후속 전망(前望)

김정은 시대가 본격 개막되었다. 김정은 사업총화 결론은 향후 전략과 전술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당분간 김정은은 1)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킨 가운데 2)핵능력 고도화와 자력갱생, 사상통제에 기초한 내부 안정을 도모하면서 3)선(先) 중-러관계 강화, 후(後) 조건부 미국접촉 모색을 통해 이른바 ‘김정은식 사회주의 체제 건설 노선’을 구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4월 베이징 미중정상회담에 즈음한 트럼프-김정은 접촉 성사 가능성은 ▲‘조건부 대화(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 및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대 전제조건 없는 대화(미국)’의 입장 차이 ▲북한이 당대회 후속 조치와 중-러 외교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 ▲트럼프의 정책 우선순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그다지 높지 않다고 본다. 즉 북한이 상반기보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며, 트럼프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하에 내치와 러-우 전쟁 종전, 북남미 및 중동 정세 관리 등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여정 역할이다. 북한이 대회 종료 후 김여정 직책을 당 총무부장이라고 공개했는데, 총무부장은 당내 안살림을 책임지는 자리이므로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그녀의 권한은 보다 단단해질 것이다. 즉 지금처럼 대남-대외부문 총괄(상무조 리더 추정)하면서 당 살림(총무부장)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실세 리베로(libero)로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향후 북한의 주요 정치일 정을 보면, 먼저 북한은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여 당대회에서 결정한 내용을 법과 정책에 반영하고 새 내각을 편성할 것이다. 이 역할은 2년 이상이나 임기를 연장해서 활동 중인 현행 제14기 최고인민회의가 수행할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최고인민회의 구성을 위한 대의원 선거도 금명간 공시될 것이다. 물론 직업총동맹 등 사회단체 대회 개최를 통한 총동원 분위기 고양 운동도 상반기 내내 추진해 나갈 것이다.

맺음말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우리는 김정은의 한류(韓流)에 대한 극도의 위기감부터 직시해야 한다. 한류 소비가 불법인 지구상 유일의 나라가 북한이며, 이렇게까지 해도(최고 사형까지 부과해도) 통제가 안 되니 아예 동족임을 부정하며 원천 차단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핵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강화되고 있고, 특히 대한민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전술핵(600㎜ 방사포)의 전방 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과 김여정이 지금도 이렇게 대놓고 위협·공갈하는 데 5~10년 후에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관계 복원의 문은 계속 두드리되 집착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상과 인내가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을 직시하고 가용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자유민주주의 국가다운 길을 당당히 가야 한다. 긴 호흡을 가지고 더 넓은 국제사회로 나아가면서 북한 주민과의 인도적-문화적 접촉면을 늘려 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글로벌 동맹·네트워크 시대에 민족·자주를 너무 앞세워 우방국과의 공조에 균열이 발생하게 해서는 안 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 언론에도 한마디 하고 싶다. 이번에 13살의 김주애가 “마치 어른처럼 가죽옷을 입고 굽 높은 구두를 신고 파마머리를 하고 열병식에 등장하고…저격용 소총을 잡고 직접 실탄 사격까지 했는데”, 신문 방송은 하나같이 후계자 관련 추측성·흥미성 보도만 쏟아내고 《청소년기 정서발달 관점》에서의 비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걸까? 김정은이 괴물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가?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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