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생활양식’ 운운하며 관혼상제 간소화 지시…주민들 한숨

"이미 ‘검소한 결혼’ 보편화…이불 두 채도 겨우 마련하는 마당인데 무슨 사치를 더 줄이라는 건지"

북한 옷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결혼식용 한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최근 결혼을 비롯한 관혼상제를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한층 더 간소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일상에서 사치를 크게 줄여온 주민들은 이번 지시를 불필요한 간섭으로 받아들이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1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지난달 28일 도내 공장·기업소, 인민반을 통해 결혼식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검소하게 치르라는 당의 지시가 내려왔다”며 “결혼 성수기를 앞두고 낭비를 문제 삼는 듯하지만, 주민들은 ‘나라가 눈 감고 아웅한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주민들이 관혼상제를 낭비나 사치 없이 검소하게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당국이 알고 있으면서도 형식적 지시를 반복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젊은 층은 경제난에 일생 한 번뿐인 결혼식도 비용을 크게 줄여 간소하게 치르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요즘은 신랑·신부 모두 경제적 형편을 알기에 결혼식에 큰 욕심을 내지 않고, 결혼 후 생활까지 고려해 혼수도 기본적인 것만 갖춘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 양강도의 한 군(郡)에서 치러진 결혼식은 최근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신부는 교사들이 근무를 꺼리는 시골 소학교(초등학교) 분교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교단에 섰지만, 결혼 후 학교를 그만두고 장사에 뛰어들었다. “부모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 겉으로 밝힌 이유였으나 실제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신랑이 국경경비대 복무를 마치고 혜산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어 앞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신부가 집안 살림과 생계를 도맡아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이들의 결혼식은 자연히 소박할 수밖에 없었다. 소식통은 “신랑 집이 황해도여서 사돈이 도착하는 날을 곧 결혼식 날로 정하고, 양쪽 집이 가족끼리 마주 앉는 ‘앉은 잔치’ 형식으로 진행했다”며 “예단은 물론 신부가 첫날 입을 옷까지 이웃에게 빌렸는데, 이른바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꼭 들어맞는 결혼식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결혼식에 다녀온 한 주민은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에 누가 옷을 빌려 입고 싶겠나”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검소한 결혼’이 보편화됐다”며 “그런데도 당에서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내세워 또다시 검소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 전반의 통제 분위기를 강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소식통은 “결혼은 일생일대의 큰 행사이기에 누구나 제대로 치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며 “정작 현실은 빠듯해 5장 6기는커녕 이불 두 채도 겨우 마련하는 마당인데 무슨 사치를 더 줄이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