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피임약 불법 판매 여전…부작용·건강피해 우려

/그래픽=데일리NK

북한에서 검증되지 않은 외국산 피임약이 불법 판매되고 있고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여성들이 암암리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피임약이 유통돼 북한 여성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 7월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청진의 장마당 상인들이 유통기한이 3~4년 지난 중국산 피임약을 몰래 팔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주요 고객은 젊은 여성들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데일리NK는 여러 현지 소식통들로부터 피임약 수요가 오히려 늘었고, 상인들은 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전언을 들었다.(▶관련 기사 바로 보기: 사용 기한 지난 피임약·기구 암암리에 거래…주 수요층은?)

함경북도에서는 여전히 중국에서 들어온 피임약이 상인들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성관계 전에 먹는 ‘분홍색 알약’과 관계 후 먹는 ‘흰색 알약’(응급 피임약) 두 가지가 팔리고 있고, 상인들은 이 두 가지 알약을 함께 먹어야 임신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고 말하며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소식통은 “청진의 한 약 장사꾼이 ‘분홍색 알약만 먹어도 되지만, 흰색 알약까지 먹으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두 알약은 각각 따로 먹어도 임신을 막는 효과가 있다. 상인들이 두 약을 함께 복용하라고 권하는 이유는 돈을 더 벌기 위해서로 보인다.

분홍색 알약은 한 알에 8위안(한화 약 1500원), 흰색 알약은 두 알에 5위안(약 950원)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불법 유통의 특성상 판매자들은 단속 우려와 구매자들의 정보 부족을 감안해 가격을 임의로 책정하고 있어 같은 시장 내에서도 판매자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문제는 이것이 여성들에게 재정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약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에는 최소 13위안(약 2450원)이 드는데, 이는 북한 시장에서 쌀 4kg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21년 기준에 따르면 쌀 4kg은 북한 성인 한 명이 1주일 이상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럼에도 북한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려 피임약을 구매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건강이다. 취재에 따르면 ‘분홍색 알약’은 중국 화룬자죽약업유한공사(華潤紫竹葯業有限公司)가 ‘위에커팅’(悅可婷) 또는 ‘아이위에’(艾悅)라는 브랜드명으로 생산·판매하는 제품으로, 한 알에 레보노르게스트렐 6㎎과 퀴네스트롤 3㎎이 들어 있다. 이는 고용량 호르몬제로,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검증되지 않은 피임약 확산과 위험

북한 현지에서 유통되는 분홍색 알약은 ‘레보노’라고 불린다. ‘레보노르게스트렐’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품은 포장지에 중국어로 표기돼 있다. 이 알약을 제조하는 제약회사 웹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약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먹는 피임약이다. 프로게스토겐-에스트로겐 용량이 높은데, 먹은 뒤 호르몬이 지방에 저장됐다가 천천히 몸속으로 퍼지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약은 1960년대부터 있었지만, 지금은 해당 제약회사가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흰색 알약은 레보노르게스트렐 전용 사후 응급 피임약인 ‘넥스트 초이스’(Next Choice) 또는 동급 제품인 ‘위팅’(毓婷)과 매우 유사하다. 북한으로 불법 유입되는 과정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약품이 재포장되는 경우가 많아 원산지를 정확히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현지에서는 중국산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복약 지침에 따르면 이 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두 알을 한 번에 먹거나, 12시간 간격으로 나눠서 먹는데, 북한에서도 이 방식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 약들은 여러 나라에서 안전 문제로 판매가 금지된 바 있다. 특히 분홍색 알약의 주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진황다오자죽(秦皇島紫竹) 공장은 품질 문제가 있어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이 알약은 우간다, 케냐, 레소토, 잠비아 등 동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팔 수 없도록 금지됐다.

2007년 피임 전문 학술지에는 한 달에 한 번 먹는 피임약이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가 실렸다. 이후 베이징의 가족계획 병원들에서는 이 약을 아예 쓰지 않게 됐다. 결국 이 약은 중국 정부의 조달 목록에서도 빠졌다. 그러나 이 약은 국경을 넘어 동남아, 태평양, 아프리카 등으로 퍼져나갔다.

케냐에서는 이 알약이 ‘소피아’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한 알에 권장 기준보다 40배 많은 호르몬이 들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2012년부터 복용이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여러 여성이 혈전(피가 엉겨서 혈관을 막는 증상)을 앓았고, 2023년에는 우간다에서 한 여성이 이 약을 먹은 뒤 숨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 여성들이 더 위험한 이유는 일부 약 상인들이 두 가지의 다른 약을 함께 먹으라고 하기 때문이다. 두 약 모두 같은 호르몬 성분을 고용량으로 담고 있어서 함께 먹으면 몸에 과도한 호르몬이 쌓이게 된다. 이로 인해 혈전, 폐색전증, 심장 문제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런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은 “건강에 안 좋고 나중에 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라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더 큰 위험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북한 여성들의 피임 구조와 출산율·생식보건에서의 위험

북한 여성들은 보통 직장 배치나 군 입대 전후에 ‘루프’라고 불리는 자궁 내 장치(IUD)를 삽입하는 것으로 임신을 방지한다. 2014년 유엔 자료에 따르면, 북한 여성의 78%가 IUD를 사용하고 있었다. 원래는 기혼 여성이 주로 쓰는 방식이었지만, 요즘은 부모들이 미혼 자녀에게도 이 시술을 권하고 있다.

2023년 평안북도에서는 군에서 피임 기구를 쓴 여성들을 초모생(신병)에서 탈락시켜 결국 모집 일정을 늦춘 사례도 있었다. 이는 피임 기구 시술을 받는 나이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女초모생 피임 문제 제기한 8군단 대열부장, 집중 추궁 받아)

북한인권시민연합이 2013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많은 북한 여성이 이미 아이를 낳은 뒤에야 피임 방법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2010년대 초부터 피임약이 유통되긴 했지만, IUD가 더 흔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여성들이 피임약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에서 피임에 대한 인식이 더 어린 나이부터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면 피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사의 도움 없이, 잘못된 방식으로 약을 먹는 경우가 많아 건강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 사회에는 아직도 피임이나 혼전 성관계를 부끄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서 부작용이 생겨도 친구나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고, 병원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조차 자녀가 피임약을 먹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청소년들이 아파도 혼자 참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피임을 금지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오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공식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약을 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산모 사망률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안전한 저용량 피임약을 구하기 어렵고, 약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은 장기적으로 북한의 출산 구조를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출산 장려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수많은 여성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