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경북도 무산군에 주둔하고 있는 국경경비대 27여단 소속 군인 2명이 길 가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 사이에 분노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이달 초에 발생했다.
무산광산에 근무하는 20대 초반 여성 A씨가 야간 교대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삼봉노동자구의 한 골목에서 국경경비대 군인 2명에게 끌려가 변을 당한 것. 심지어 국경경비대 군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격렬히 저항하는 A씨에게 주먹을 휘둘러 얼굴을 가격하기도 했다.
사건을 겪은 A씨는 다음 날 가족과 함께 군(郡) 안전부를 찾아가 신고했고, 군 안전부 수사과는 사건 접수 후 27여단 무산 주둔 국경경비대 보위부에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 정보를 통보했다.
다만 군 안전부는 “사건 발생 일시, 장소, 피해자 진술 등이 포함된 1차 수사자료는 넘겼으나 처벌 여부는 군(軍) 보위부 소관”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런가 하면 군 안전부는 사건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사건에 관한 소문이 유포되지 않도록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담당 안전원은 피해자 가족의 외부 접촉을 통제하며 이 가족이 속한 인민반의 인민반장에게도 “사건을 입에 올리지 말라”며 입단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군 안전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4·15 명절(김일성 생일 기념일)이 코앞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른바 태양절(4월 15일)을 비롯한 주요 국가 명절을 앞두고 매번 ‘특별경비’를 선포하며 단 한 건의 사건·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 해오고 있다. 이 시기에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책임자들은 평소보다 더 강한 정치적·행정적 처벌을 받기도 한다.
소식통은 “태양절을 앞둔 상황에서 괜히 사안이 커지면 처벌이나 추궁을 세게 받을 수도 있으니 아예 묻어버리려는 분위기”라며 “군 안전부 수사과가 지금은 입을 다물라는 식으로 처리하자 주민들은 ‘법 기준도 명절 따라 바뀌느냐’며 분노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 안전부가 ‘4·15용 입막음 조치’로 사건을 덮는 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일각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통제나 단속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군인들이 저지른 범죄는 무마하기 바쁘다며 ‘이중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우리 같은 일반 백성들은 말 한마디 잘못해서 끌려가는 일이 허다한데, 군인들은 나쁜 짓을 해도 처벌을 피한다’, ‘사회가 점점 더 한심해지고 갈수록 더 험악해지는 것 같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