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일류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조직이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정성도구’ 마련을 명목으로 현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청년동맹은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지만, 신입생들은 “안 내면 눈치가 보인다”며 사실상 강제적인 지시라는 데 불만을 표하고 있다.
2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 청년동맹위원회는 지난달 말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정성도구를 일신한다면서 신입생들에게 20~50달러의 현금을 납부할 것을 권고했다.
정성도구란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같은 우상화 설치물이나 혁명사상연구실, 연혁실 등의 시설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한 청소용품으로, 비누·수건·걸레·먼지떨이가 여기에 포함된다.
대학 청년동맹은 “장군님(김정일)의 모교에서 배우는 긍지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신입생들이 충성심을 발현해 현금 납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4일까지로 현금 납부 기한까지 통보한 상태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입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한다. 입학 등록을 하자마자 정성사업, 모심사업을 위한 돈을 내라는 말을 듣게 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대학 청년동맹은 겉으로 자발적 참여를 내세웠지만, 참여 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한 신입생은 울며 겨자 먹기로 30달러를 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지방 출신 신입생들은 이런 현금 납부 요구에 더욱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은 비교적 쉽게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지방 출신 학생들은 평양에서 대학 생활을 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로 일부 지방 출신 대학생들은 집에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내달라 부탁하기도 하고, 한 달 생활비를 털어 정성도구비를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한 지방 출신 학생은 김대 입학을 위해 내내 가정교사(과외)를 써서 부모님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시작부터 이러니 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하는가 하면 지방 대학들과 다르게 세외부담이 크게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르다며 당황스러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돈 없고 힘없는 집안의 학생이 김일성대에 입학하는 일은 북한에서도 굉장히 드문 일이다. 이런 학생들은 권력이나 재력 같은 배경 없이 순수 실력으로 김일성대에 입학해 주변의 부러움을 샀지만 정작 입학 직후부터 돈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소식통은 “‘별것 없는 집안에서 김대까지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김대에 입학한 지방 출신 학생들은 ‘김대에 들어온 게 영광이 아니라 새로운 고생문이 열린 것 같은 느낌’이라며 ‘앞으로 대학 생활을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