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군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9차 당대회를 앞두고 핵탄두 소형화 및 MIRV(다탄두 각개 목표 재돌입 비행체) 실전 배치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4일 “핵탄두 소형화 및 개별기동 전투부(MIRV) 실전 배치를 위한 마감 연구를 9차 당대회를 앞두고, 8차 당대회 마지막 해인 올해 말까지 최종 마무리하라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침이 이달 10일 당 군수공업부에 내려졌다”며 “이번 방침은 즉시 산하 연관 단위 당위원회들에 포치(전달)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침을 통해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8차 당대회 이후 5년간 지속 고도화해 온 핵·미사일 기술 완성을 이뤄낼 것을 국가 최고 중요 과제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방침 내용에서 김 위원장은 핵실험 없이도 가능한 핵탄두 소형화 및 MIRV 기술 연구개발 사업을 가속화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올해 상반기에 핵탄두 소형화 및 다탄두 기술의 시뮬레이션 검증을 완료하고 하반기에는 비폭발 실험을 거쳐 7~9월 사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및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MIRV 기술의 최종 검수를 진행해 올해 연말까지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한 후 실전 배치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소식통은 “방침 포치 후 국방과학원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6차례 핵실험 자료를 전면 분석해 소형 핵탄두의 믿음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모의실험(시뮬레이션)과 비폭발 실험, 미싸일(미사일) 검수 발사로 금년 내에 기술 완성 속도전을 벌릴 데 대한 구체적인 시간 일정표를 해당 기관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핵실험 없이 핵탄두 소형화와 MIRV 기술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북한은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에 따르면 북한은 고폭압력 실험과 임계전 핵실험을 병행해 기폭 체계의 성능을 검증하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재돌입체(RV) 유도 기능 시험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피하면서도 핵무기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핵실험 없이 기술을 완성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외교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9차 당대회를 앞두고 핵전력 강화를 내부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자력 핵무장’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실전 배치를 앞둔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한 경우 추가 핵실험을 진행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게 내부 소식통의 말이다.
현재로서 북한은 핵실험 없이 핵탄두 소형화와 MIRV 기술 개발을 마무리하는 것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했지만, 기술적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핵실험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실험만으로 실전 배치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일부 과학자들과 연구사들 사이에서는 개별 기동 전투부의 분리 및 유도 조종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재진입체의 안정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가 있다”며 “기술 믿음성을 높이려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해 내년에도 실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