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선전선동 사업 강화를 독려하는 가운데, 직외강연강사들이 한층 커진 역할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일부는 이에 불만을 품고 강사직을 내려놓으려 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요즘 청진시에서는 직외강연강사들이 기동예술선동대처럼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경제선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강사직을 그만두려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직외강연강사는 일반 노동자들 중에서 선발되는 선동원과는 다르다. 당 세포비서나 직맹(조선직업총동맹) 위원장 등 간부들이 맡는, 일종의 명예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당의 지시에 따라 ‘집중강연선전대’ 활동이 강조되면서 직외강연강사들의 역할이 이전보다 훨씬 확대되고 있다. 집중강연선전대는 직외강연강사 5~7명으로 구성된 선전선동 조직으로, 공장·기업소를 넘어 도·시·군의 주요 건설장과 농장들을 돌며 강연선전과 경제선동을 벌인다.
그동안에는 주로 강연 위주의 정적인 활동을 해왔는데, 집중강연선전대로 나서게 되면서는 현장에서 노래도 부르고 깃발도 흔들며 군중을 독려하는 등 보다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말만 하던 강사들이 갑자기 노래도 하고 깃발도 흔들어야 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노래를 잘 못하는 강사들은 굴욕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직외강연강사의 역할이 사실상 기동예술선동대와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 대해 일부 강사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강사직을 그만두려는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실제 청진시의 한 기계공장 소속 직외강연강사는 지난달 중순 초급당위원회를 찾아가 ‘가정 사정으로 더 이상 강사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급당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만두려면 대신 할 사람을 데려오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
소식통은 “직외강연강사는 당원이어야 하고 또 일반 노동자가 맡을 수 없는 자리”라며 “초급당도 다른 방도가 없으니 사실상 그가 못 그만두게 막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당초 강연과 학습자료 전달이 주된 역할이었던 직외강연강사들이 경제선동까지 떠맡게 되면서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에서 직외강연강사들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강사직을 맡으려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