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에서 한국행에 나서는 탈북민들이 거의 없어 탈북 브로커들이 일행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최근 브로커들이 음력설을 전후로 한국행을 할 탈북민들을 모집하고 있으나 한국에 가겠다고 나서는 탈북민이 많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브로커들은 오는 3월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예정돼 있어 2월 중순부터는 중국 정부의 이동통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달 중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 춘절(春節)로 불리는 음력설에는 그야말로 대이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브로커들은 음력설 전후를 중국 내 탈북민들의 한국행 최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대개 브로커들은 인원이 최소 3명 이상 모집돼야 한국행을 추진하는데 최근에는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민 3명을 모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한국으로 가겠다는 탈북민 3명을 모집해 놔도 3명 중 2명은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고 했다.
실제 브로커와 탈북민을 연계하는 일을 하는 한 40대 중국인 남성은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해놓고서 막상 떠날 날짜가 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일이 요즘 많아졌다”며 “한국에 가겠다는 탈북민들의 말을 무작정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한국행을 주저하는 이유는 최근 공안 당국의 탈북민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심해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 중국인 남성은 “한국행을 원했던 탈북민들이 출발 당일 연락이 두절되는 것은 북송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크기 때문”이라며 “공안들이 수시로 탈북민들에게 거주지를 이탈하지 말 것과 한국행을 시도하다 붙잡히면 강제 북송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어서 한국으로 가려고 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본보는 소식통을 통해 한국행을 시도하려다 막판에 포기한 한 30대 탈북민 여성과 연락이 닿았는데, 그는 “이달 중순에 큰맘을 먹고 한국에 가기로 결심한 뒤 브로커가 나오라는 장소로 떠났으나 도로에서 공안이 차량을 멈춰 세우고 검열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두려움이 생겨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한국에 가려다 공안에 잡혀 북송된 지인들이 생각나 발목이 잡힌다”며 “북송되면 죽기보다 심한 고통을 당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열백 번 다짐했다가도 결국 브로커와 연락을 끊고 숨게 된다”고 토로했다.
브로커들도 한국행을 결심했던 탈북민들이 단속, 검열, 북송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의 한국행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에 한국행을 원하면서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음력설에 즈음해 한국행을 하지 않으면 움직이기가 어려울 것이고 또다시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해야 할 것”이라며 “그나마 지금이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인 듯한데, 북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국행을 포기하는 탈북민들을 보면 안타깝기에 그지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