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적인 전력난에 밤이면 암흑천지로 변하는 북한 대부분 지역과 달리 신의주에 새로 건설된 수재민 아파트 일대는 밤에도 환하게 불빛이 밝혀져 있다. 취재 결과 북한 당국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입주민들에게 야간에 전깃불을 켜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신의주시에 새로 지어진 수재민 살림집과 편의시설에 전기를 무조건 공급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도(道) 송배전부에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시는 지난달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수해 지역 살림집 준공식 행사에 참석하기 직전에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새로 지어진 살림집에 입주한 주민들에게도 야간에 불을 켜 놓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소식통은 “압록강변을 따라 일떠선 새 살림집들에 해가 지는 오후 4시 반부터 밤 11시까지 조명을 켜 놓으라는 지시가 인민반을 통해 전달됐다”며 “인민반장이 야간 시간에 각 세대를 돌며 조명을 켜 놓았는지 순찰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국경 도시이기 때문에 이전에도 다른 지방에 비해서 전기 공급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지만 공장도 아니고 주민 세대에 1순위로 전기를 공급하라는 것은 정말 이전에 없던 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에서 파견된 촬영팀이 야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새로 지어진 살림집 주변을 서성거리는 모습도 수차례 목격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나라의 부족한 전력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의 장성한 발전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신의주에 새로 지어진 수재민 살림집들은 중국 국경에서 바로 보이기 때문에 외부에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 당국은 새 살림집에 입주한 주민들에게 당분간 전력을 야간 조명을 밝힐 때만 사용하라는 지시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생활에서는 전기를 쓰지 말고 체제 선전용 조명을 켤 때만 전기를 쓰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새로 지어진 수재민 아파트에 입주한 한 신의주시 주민은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며 “야간에 불을 켜 놓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세계”라고 말했다.
더욱이 주민들은 야간에 들어온 전기로 TV를 시청하는 등 가전제품도 사용하고 있어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