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일성 주석을 기리는 ‘주체 연호’ 사용을 중단한 가운데, 내부 주민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 주민이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주체 연호가 사라진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드러냈다가 보위부에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은 “린산군에 사는 50대 초반의 한 여성 주민이 주위의 가까운 여성들과 자주 모여 앉아 마음을 나누다 주체 연호 사용 중단에 대해 발언했다가 지난달 중순 보위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붙잡힌 여성 주민 최모 씨는 남편이 일찍 사망한 후 혼자 살면서 자신처럼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주변의 여성들과 가까이 지내며 서로 도움도 주고받고 자주 만남도 가져왔다.
이 모임에는 린산군의 한 상점 책임자로 있던 최 씨를 비롯해 교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여성들이 있었는데, 딱히 어떤 모임이라고 이름지어진 것도 아니고 단순히 혼자 사는 여성 몇 명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식사하고 그간의 일들을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정도로만 활용됐다.
그러다 관계가 친밀해지면서 이들은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하고 마음속 깊이 품어둔 말들도 모임 자리에서 꺼내놓곤 했다.
그러던 중 최 씨는 최근의 모임에서 주체 연호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과거 수령님의 혁명업적과 성과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이상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 자리에 있던 여성들도 “주체 연호가 당의 공식적인 지시나 설명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 “중앙에서 방침을 내렸으니 주체 연호가 사라졌을 텐데 왜 사라진 것인지 모르니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인민들에게 설명해주지 못할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나눴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여성들의 발언은 이날 모임이 있던 집 부엌에서 음식하는 것을 돕던 도우미 여성을 통해 보위부에 알려지게 됐다. 도우미 여성이 대화를 엿듣고 보위부에 밀고한 것.
이로 인해 맨 처음 주체 연호 사용 중단에 대해 언급한 최 씨가 가장 먼저 보위부에 체포됐으며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다른 여성들도 지난달 20일경 모두 줄줄이 보위부에 불려 갔다는 전언이다.
보위부는 최 씨가 비공식적인 반동 비밀조직을 결성해 모임을 주도해 온 것으로 보고 이 사안을 정치적인 문제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최 씨는 보위부에서 예심을 받고 있는데, 이 사건을 아는 일부 주민들은 최 씨의 아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위부대라 불리는 974부대에서 복무하고 있어 극단적인 처벌은 면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민들 사이에 주체 연호가 갑자기 사라진 것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사건이 일어나고 내용이 전해지면서 주민들 속에서도 왜 주체 연호를 없앴는지 우리도 궁금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주체 연호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고, 또 이런 말을 했다고 체포되니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