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장착 무기 든 군량미 접수조에 농장원들 한숨 ‘푹’

탈곡 작업에까지 참여하면서 눈에 불 켜고 감시…"옛날 지주와 마름들보다 더 악착스럽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올해 벼농사 계획보다 평균 1톤 이상 증수할 것으로 예견한다”며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지어 낟알털기도 지난해보다 한 주 앞당겼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황해북도 황주군 장천농장에 군량미 접수조가 배치된 가운데, 농장원들은 실탄을 장착한 무기를 들고 수확물을 지키는 군인들로 인해 상당한 위협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가을걷이가 시작됨과 동시에 황해북도의 모든 농장에 군량미 접수조가 배치됐고, 황주군 장천농장에도 이달 초 군량미 접수조가 들어왔다”며 “장천농장에는 8·15훈련소 소속 군인들이 들어왔는데 실탄을 무장한 상태로 종합 탈곡장들을 지키며 수확물 보호에 나서 분위기가 엄중하다”고 전했다.

가을걷이철에 군인들이 농장에 배치돼 낟알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은 늘 있었던 일이지만, 올해는 작년과 달리 군인들이 직접 탈곡 작업에까지 참여하면서 한층 강화된 감시를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또 올해는 탈곡장 고정 초소뿐만 아니라 농장과 연결된 주요 길목들에 이동 감시초소도 곳곳에 세워놓고 낟알 단속대까지 추가로 배치해 수확물이 빠져나갈 틈 없이 철저히 감시·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현재 장천농장에 들어와 있는 군인들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군량미 접수에서 알곡 한 알이라도 더 실속 있게 걷어가려고 잡도리하고 있으며, 작은 수확물도 다른 곳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감시하는데 눈을 밝히고 있다”고 했다.

8·15훈련소 소속 1차 군량미 접수조는 11월 말까지 농장에 상주할 계획이며, 12월에는 2차 접수조가 배치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군량미 접수가 연말까지 깐깐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자 농장 일꾼들과 농장원들은 한숨을 내쉬면서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농장 일꾼들과 농장원들은 군인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옛날 지주와 마름들이 소작농들에게서 소작료을 받아 갈 때보다 더 악착스럽다”고 한목소리로 토로하고 있다.

특히 농장 일꾼들은 올해 빚도 갚아야 하고 내년에 봄철 영농준비도 하려면 약간의 곡식이 필요한데, 수확물을 깡그리 걷어가겠다고 무기에 실탄까지 장착하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에 열불이 난다면서 혀를 차고 있다.

그런가 하면 농장원들은 한해 힘들게 농사를 지어놓고도 가을에 먹거리가 부족한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일을 끝내고 귀가할 때 허리춤에 단 얼마의 낟알이라도 숨겨 가지고 가곤 했는데, 올해는 탈곡 작업에까지 군인들이 끼어서 낱낱이 감시하고 고정 초소나 이동 초소에서 깐깐하게 검열하는 통에 그럴 형편이 못 돼 농장원들이 씁쓸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군량미 접수조는 말끝마다 “군량미 접수가 최우선”이라는 등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도 높은 감시와 검열을 강행하고 있어 분위기가 흉흉하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