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시 국가밀수 통로로 북한 작가들 그림 중국에 넘어가

중국에서 선주문 받아 제작한 뒤 넘겨…평양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들도 그림 팔아 돈벌이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 내외가 방문한 평양 만수대창작사 입구.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작가들의 그림 작품이 양강도 혜산시 국가밀수 통로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예전에는 개인 밀수로 그림을 중국에 넘겼는데 요즘에는 개인 밀수가 불가능해 국가밀수 짐에 몰래 섞어 보내고 있다”면서 “국가밀수 짐을 검열하는 사람들에게 뇌물을 주고 넘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밀수 짐을 검열하는 이들도 이런 식으로 뒷돈을 벌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대체로 뇌물을 주면 눈감아 준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국가밀수 통로로 중국에 넘어가는 그림은 만수대창작사 소속 일부 작가들과 양강도의 개인 작가들이 그린 것들이다. 창작사에 소속된 작가들은 집에서 몰래 그림을 그려 파는 식으로 개인 돈벌이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림은 대부분 중국 쪽의 주문에 따라 제작된다. 밀수업자가 중국 대방(업자)로부터 그림 주문을 받아 작가들에게 제작을 의뢰하고 이후에 그림을 넘겨 보내는 식이다.

작가들이 주문받은 그림을 그리는 데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작가들이 그렇게 한 작품을 완성하면 밀수업자가 일단 이를 사진으로 찍어 중국 측에 전송해 먼저 보여준 뒤 ‘괜찮다’는 확답을 받고 넘긴다고 한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물건을 일단 넘겼다가 가격이 맞지 않거나 중국에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다시 퇴송(반품)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아예 넘기기 전에 먼저 사진을 보내고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한다”고 했다.

그림의 가격은 만수대창작사 작가 작품의 경우 보통 1만 위안에서 10만 위안 정도, 양강도 개인 작가들의 작품은 250위안에서 2000위안 정도에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개인 작가들도 도(道) 창작사에서 이름있는 작가로 활동하던 사람들이나 평양의 창작사 작가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밀수업자들은 작품을 중국에 넘긴 후에 그림값을 받고, 그 돈에서 본인 몫으로 일부를 떼고 난 나머지를 작가들에게 지급한다.

사전 승인을 확실하게 받은 물건만 넘기면서 거간꾼 역할로 돈을 버는 것이다 보니 적자가 날 위험이 적고 밑천이 크게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어 그림은 밀수업자들이 선호하는 밀수 품목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한다.

다만 이렇게 그림을 밀수하는 업자들의 수는 극히 일부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그림을 요구하는 대방들을 찾기가 어려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그림 밀수업자들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산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