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피해 봤는데, 비 오기를 기다리는 北 수재민들

수해 발생 한 달 다 되는데 수도 공급 안 돼 물 부족 겪어…"물장사들 수해 지역에 모여들어"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주민이 물동이, 대야 어러 개를 줄세워 놓고 빗물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본보가 북한 수재민들이 빗물을 받아 쓰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여러 장 입수했다. 주민들이 빗물을 받아 써야 할 정도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데일리NK가 입수한 사진에는 한 여성이 다양한 크기의 플라스틱 통에 빗물을 받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빗물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물동이와 대야 여러 개를 가져다 일렬로 세워 놓은 모습이다.

본보가 입수한 또 다른 사진에서도 주민들이 플라스틱 통을 집 밖에 세워두고 빗물을 받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일부는 빗물이 한곳으로 모이도록 지붕 밑에 비닐을 받쳐 놓은 모습도 눈에 띈다.

사진 속 일부 주민은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고 있는데,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 있는 점에 미뤄 해당 지역은 우천 시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곳으로 추정된다.

이 사진들은 이달 중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촬영된 것으로, 현재도 이곳에서는 수해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에 있는 살림집들은 바깥 땅과 집안 바닥의 높낮이 차가 거의 없어 비가 많이 올 때마다 순식간에 빗물이 집에 차 침수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평안북도 신의주시 주민들이 플라스틱 통에 빗물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문제는 폭우 피해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수도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아 수재민들이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당국은 수재민들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차를 긴급 동원하기도 했지만, 물 공급량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신의주시 수도 공급 끊기자 전국 소방차 동원해 급수 지원)

소식통은 “끼니마다 밥을 해 먹고 이 더운 날씨에 매일 복구 작업에 나가 젖은 옷을 빨아내려면 물이 많이 필요한데, 소방차가 공급하는 양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궁여지책으로 빗물을 받아 쓰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비가 많이 오는 날 ‘우리 집에 수돗물이 많이 나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여기서 수돗물이라는 건 바로 하늘에서 내린 빗물”이라고 했다.

폭우에 피해를 본 수재민들이 물 부족 현상에 비를 기다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수레에 트럼통을 싣고 다니며 물장사를 하는 주민 모습. /사진=데일리NK

이런 가운데 수해 지역에서는 현재 물장사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수해 지역에서 수레에 드럼통을 싣고 다니며 물을 파는 장사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입수했다.

물장사꾼들은 10리터짜리 통에 물을 가득 채워주고 북한 돈 2000원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물은 길어서 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물을 사지 않지만 지금은 물이 부족해서 돈이 좀 있으면 다들 물을 사려고 한다”며 “물 부족이 계속되면서 물장사들이 수해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