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최근 북한 특이 동향 5가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5월 개업을 목표로 운영준비를 빈틈없이 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이 ‘2개국가론’을 선포한 지 7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북한은 민족과 통일을 부정하고(관련 용어나 상징물 삭제), 우리 국민들에게 비상식적인 오물살포테러를 자행하고, 국제적으로는 푸틴의 반평화전쟁을 공개·비공개적으로 지원해 왔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푸틴을 평양으로 초청(6.19)하여 사실상의 군사동맹 관계를 복원시키고 분야별 전방위적 협력에 대해 합의하였으며, 제8기 10차 당 전원회의(6.28~7.1)를 소집하고 향후 정책 운영을 위한 큰 대강(outline)도 논의·결정하였다.

그렇지만 가속페달을 세게 밟을 것 같았던 북한 행보가 최근 들어 다소 속도 조절을 하는듯한 동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①최고인민회의 미(未)소집 ②김정은의 관광산업건설지구 현지지도 ③김정은 배지와 김일성·김정일 배지 혼용 ④김여정의 더욱 노골화된 대남협박 등을 들 수 있으며, 해외에서는 ⑤외교관들의 연쇄 탈북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미(未)소집

통상 당 전원회의가 끝나면 회의 결론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back up)하기 위한 최고인민회의가 연이어 소집된다. 그렇지만 ▲지난 3월로 5년 임기가 만료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움직임은 물론 ▲現 14기 원포인트 회의 개최 징후도 없다. ▲다만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한 지방당 및 내각 전원회의가 열렸다는 소식만 있을 뿐이다.

헌법 개정(‘새로운 국경선 명문화’ 등) 문제는 김정은이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와 올해 초 최고인민회의에 이어 6월 말 당 전원회의에서 또다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는 사회주의헌법을 개정하며 국가의 존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므로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헌법을 비롯한 법령 제정과 조직·인사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최고인민회의가 계속 순연되고 있는 것은 주목되는 현상이다. 이는 북한이 ‘2개국가론’에 기초한 국경선 확정과 선포 이후 후속 조치 같은 파급력이 심대한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아직 끝내지 못했음을 시사해 준다.

김정은의 특이 경제 시찰 행보

김정은의 올해 주요 행선지는 군수 분야였다. 다양한 신형미사일 개발과 러시아로의 재래식무기 밀매 충당을 위한 군수물자 생산 독려가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지연(양강도), 원산갈마지구(강원도) 같은 대규모 건설사업 현장 등 민간경제분야 시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어 주목된다,

삼지연과 원산갈마지구는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이 집권 이후 새로운 경제개발모델 창출을 위해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했으나,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국경통제 등으로 인해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던 곳이었다.

김정은은 7월 11일부터 이틀 동안 삼지연시를 현지지도하면서 부총리·국가건설감독상을 비롯 관련 간부들을 ‘사상이완, 직무태만’ 등을 이유로 문책을 지시하는 등 건설 속도를 배가시키기 위해 부심하였으며, 7월 16일에는 원산갈마해안관광사업지구 시찰에서는 ‘세계적인 명품 해안관광도시 건설’을 강조하면서 ‘내년 5월 개장(開場)’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 같은 동향은 ▲핵·미사일 개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작금의 상황 ▲북러관계 전방위 밀착 국면(고급 내장재 등 소요물자 지원 및 완공 후 대규모 관광객 파견 약속)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복귀 조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지방발전 20×10정책과 함께 《관광산업》을 통해 당면한 대북제재·경제난을 타개해 나가려는 김정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정은 동지께서는 반드시 가까운 앞날에 펼쳐놓을 백두산관광문화지구는 분명 친선적인 외국의 벗들에게도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 될 것이다…우리 나라는 동서 두 면이 바다와 접해있고 금강산과 칠보산, 마전, 금야, 리원, 염분진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동해 명승지들이 많은 조건에서 앞으로 관광업 분야에서 해안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합리적으로 리용(이용)하는 데 집중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7.14/7.18 조선중앙통신)

앞으로 김정은은 이 같은 독자적 관광산업 진흥책을 통해 김일성·김정일의 남북협력(대한민국의 예산·기술 지원을 통한 공동개발)에 기반을 둔 정책과 완전 차별화함으로써 자신이 주창한 ‘2개국가론’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핵심 장소(聖地)로 활용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양강도 삼지연 현지지도(7월 11~12일) 장면에서 김일성·김정일 배지와 김정은 배지를 각각 달고 있는 간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배지와 김일성·김정일 배지 혼용

지난 제8기 10차 당 전원회의는 김정은 독자 우상화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참가자 전원이 김일성-김정일의 초상이 들어간 이른바 ‘쌍상 배지’ 대신에 ‘김정은 배지’를 착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김덕훈 내각총리, 조용원 당 조직비서 등 간부들의 활동사진을 보면 때로는 ‘쌍상 배지’를, 때로는 ‘김정은 배지’를 착용하고 있는 게 확인되고 있다. 이는 ▲북한이 김정은 독자 우상화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증표로서 ▲선대 지우기라는 의혹을 불식하면서 ▲자연스럽게 김정은의 권위를 높여 나가는 우상화 정책이라고 평가된다. 이른바 ‘공식 계승과 내밀적 차별화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김여정의 더욱 노골화된 대남협박

김여정은 7월 16일 탈북민단체 대북전단 살포를 다시금 문제삼으며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한국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다”고 위협하였다. 이후 북한은 18일에 8번째 오물풍선테러를 자행하였으며, 우리 군의 39일 만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21일 또다시 오물풍선을 내려 보냈다.

김정은의 ‘2개국가론’이 정당성과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적, 대한민국이 꼭 필요하다. 그러므로 북한은 당분간 적정수준의 강·온 도발을 계속할 것이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주로 북쪽을 향해 남동풍이 분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띄우기에는 기상 여건이 적절치 않다. 그렇지만 상층기류는 변화가 많다. 적절한 기상 조건이 형성되면 서울 상공 또는 인천공항 등 파급력이 큰 지역으로의 오물살포테러를 전개하면서 온-오프라인 회색지대 도발(다중밀집시설 테러, 전산망 마비 등)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전쟁 공포감 조성을 통한 남남갈등 조장 전술’이다.

해외 주재 외교관들의 연쇄 탈북

최근 쿠바, 프랑스, 중국 등지에서 북한 외교관(가족)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관은 ▲일반주민과 달리 비교 의식을 내포하고 있는 직군인 데다 ▲먼저 탈북한 태영호 前 주영공사 등 동료 외교관들의 남한 내 지위와 활약상을 소상하게 알고 있어 ▲소환 시 처형이 될 가능성이 있거나, 자식들의 미래 등을 고려하며 탈북을 결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북한이 ‘2개국가론’에 기초하여 민족과 통일을 전면 부정하며 한류 콘텐츠를 시청·유포하는 젊은층들을 공개처벌(해외유학생 소환 교육 포함)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과 공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맺음말

최근 국내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반민족적 ‘2개국가론’으로 인한 내부혼란상, 경제실적 부진·한류 영상물 시청에 대한 극단적 처벌, 사회저변의 다양한 반발 기류와 같은 이상조짐을 이유로 북한체제 조기붕괴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이 내외정세 전환기에 즈음하여 불안 요소가 증가한 것은 맞다. 우리는 그 취약점을 보다 다방면적으로 공략함으로써 북한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을 체제붕괴 조짐으로 곧바로 연결 짓는 것은 삼가야 한다. 김정은이 ‘2개국가론’은 물론 북러조약 체결, 독자 우상화 및 통제 강화, 관광산업 진흥책, 지방발전 20×10 정책 등 나름의 계획(도전과 속도조절)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고, 필요시 정세 조작을 위한 대남도발 카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최근 북한동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김정은이 ‘내년 5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장’을 공개 지시한 것이다. 김정은의 눈이 ▲핵·미사일 고도화를 넘어 관광산업(경제) 활성화로 ▲2025년 1월 美 신행정부 출범, 10월 당창건 80주년, 더 나아가 9차 당대회(2026.1/조기개최 가능)로 향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이 차기 대통령 민주당 후보직을 포기(7.22)한 가운데, 오는 11월 선거에서 승리가 유력시되는 트럼프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북한발전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으며, 얼마 전 공화당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우리가 돌아가면 나는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다. 그는 아마 나를 보고 싶어 할 것이고,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도 오물풍선 테러와 같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도발에 대한 대응은 물론이고 국민 불안과 국론분열 극대화를 노린 북한의 온-오프라인에서의 초특급 깜짝 도발,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북한 및 주변국 예상 태도(북한의 해외관광객 유치사업 본격화 대응 방안도 포함)와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방 안보와 즉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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