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은 전기 없어 탄부들 질식사 하는데 특권층 유흥시설엔…

간부들 주로 이용하는 식당·술집은 야간에도 불 번쩍…전력 공급 '빈익빈부익부' 심화

2·8직동청년탄광.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화면캡처

최근 북한 탄광에서 전력 부족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반면, 특권층이 이용하는 식당이나 유흥시설에는 야간에도 전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력 공급의 ‘빈익빈부익부’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덕천 일대 탄광에서 지난해 겨울부터 최근까지 최소 6차례의 질식 사고가 발생했다. 전력 부족으로 송풍기가 멈춰서면서 산소가 부족해지자 갱도 안에서 작업하던 탄부들이 질식사한 것이다.

탄광은 구조상 자연 통기가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송풍기를 통해 공기를 순환시켜야 탄부들의 질식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결국 탄광에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탄부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심각한 사고로 이어진다. 그 어떤 곳보다 탄광에 안정적으로 전력이 공급 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실상은 탄광에 전력이 부족해 이로 인한 인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탄부 1명당 한 개씩 착용해야 하는 헤드램프를 충전할 전력조차 충분치 않아 2~3명이 조를 이뤄 하나의 램프로 작업하는 날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천시의 한 탄광에서 수년째 일하고 있는 탄부 A씨는 “나라의 전기 사정이 어렵다는 선전을 믿고 람쁘(램프)라도 아껴서 함께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송풍기가 멈춰서 질식 사고가 일어나니 불안해서 작업을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곳의 또 다른 탄부 B씨도 “우리에게 전기는 산소마스크와 다름이 없는데 다른 곳은 몰라도 탄광은 최소한의 전기를 공급해줘야 하지 않냐”며 불만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평안남도 시내에 설치된 유흥시설이나 간부들이 이용하는 식당, 술집 등에는 야간에도 전력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에어컨을 켜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간부들이나 돈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카라오케(노래방)나 고급 식당 같은 봉사시설에는 야간에도 장식등(조명)이 켜져 있는 것은 물론 냉동기, 음향기기, 반주기 등에 전력이 끊기는 법이 없다”며 “이런 데 제공되는 전력만 탄광에 공급해도 사고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전력난 속에서도 권력층이 이용하는 시설에는 전력이 끊이지 않고 공급돼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기마저도 차별받는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항상 인민 생활 향상을 강조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전력 공급도 제대로 안 되면서 인민 생활 향상이 될 수 있겠느냐”며 “전기가 가장 필요한 곳부터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