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과 관리 일꾼(간부)들의 임금 갈취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들은 원래 받기로 한 임금의 40%밖에 손에 쥐지 못해 허탈함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북한으로 송환된 건설노동자 A씨는 귀국하기 직전 5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북한 관리 일꾼으로부터 정산받았다.
지난 2019년에 러시아에 나와 단 한 번도 임금을 받지 못하고 5년 동안 건설 노동을 했던 그가 귀국 직전 받은 돈은 2000달러(한화 약 276만원)가 전부였다.
A씨는 군인 건설노동자로 군 복무 대신 러시아에서 일한 것이기 때문에 ‘사민’(민간인) 노동자보다 임금이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5년 동안 극히 열악한 환경에서 밤낮없이 일한 대가라기에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금액이었다.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은 임금을 매달 직접 받지 않고 귀국 직전이나 직후에 한꺼번에 받는다. 대신 지금까지 얼마의 임금이 적립돼 있는지 적힌 임금 명세서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매달 번 돈의 액수를 확인한다.
A씨는 귀국 직전인 지난 4월에만도 임금 명세서에 서명하면서 지금껏 5000달러 이상의 임금이 적립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러시아에 파견된 군인 건설노동자들은 매달 100달러를 받는 것으로 계약이 돼 있으나, 임금 정산 때 관리 일꾼이 지급한 돈은 원래 받기로 했던 금액의 40%도 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예상보다 턱없이 적은 돈을 받은 노동자들이 “왜 약속한 것보다 돈이 적냐”고 따지자 “청년동맹비, 식비, 거주비, 병원비 그리고 북한으로 귀국할 때 타고 갈 비행기값까지 뺀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전언이다.
북한 무역회사는 노동자의 귀국 항공편인 블라디보스토크발 평양행 항공료 가격을 1인당 500달러로 책정해 이를 임금에서 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노동자 1명이 한 달 동안 일한 대가로 러시아 건설회사로부터 북한 무역회사가 받는 돈은 3000달러 이상이 될 때가 많지만 그중 95% 이상을 군인 건설자를 관리하는 간부들이 가로채고 있다고 소식통은 주장했다.
소식통은 “건설노동자 1명의 국가계획분은 보통 한 달 3000달러”라며 “북한 노동자들, 특히 군인 건설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들보다 체력이 좋아 노동 강도가 상당히 세고 짧은 공사 기간 안에 건물을 완성하기 때문에 작업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주택이나 작은 상가 건물 하나를 3개월 안에 건설하는 조건으로 보통 2만 5000~3만 달러의 작업비를 받고, 이런 공사는 노동자 3~4명이 맡기 때문에 이 돈이 순수하게 노동자 몫이 된다면 최소 1인당 매월 약 2080달러(한화 약 287만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 무역회사들은 이 중 매달 100달러만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할당하고 있으며 여기서 또다시 생활비 등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갈취하고 있다. 더욱이 국가에 헌납하는 돈은 매월 250달러 정도 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군인 건설노동자를 관리하는 북한 무역회사의 간부들은 소좌 이상의 좌관급 군인인데, 이런 군 간부들이 하전사들의 임금을 가로채는 것이다. 하지만 군인 건설노동자들은 군 복무를 대신해 해외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임금이 적어도 항의하거나 하소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군인 건설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돈 찍는 기계에 불과했다”, “죽을 고생을 하고도 겨우 이 돈을 받는 걸 알았더라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 파견된 자국 노동 인력의 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러 밀착이 강화되면서 과거 대북제재 감시망을 피해 소규모 단위로, 우회로를 통해 인력을 파견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대규모 인원을 항공편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송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