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남한의 5월 농촌 풍경을 바라보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각지 농촌들에서 역량을 총집중하여 모내기 성과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얼마 전 우연히 경기도 이천의 농촌 마을에 다녀왔다. 곡식들이 하나둘 자리를 차지하는 5월의 농촌 풍경이 아름답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이 나라 농촌에서 농민들의 손길이 부쩍 바빠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농촌의 풍경은 너무도 조용하고 한가롭다.

모판 가득 싹을 틔운 어린 모들이 조심스럽게 옮겨지고, 이앙기의 조용한 움직임이 사람의 일손을 대신하여 모내기한다. 발달한 IT 기술문명이 농촌의 일상에 적용되어 편리하고 빠르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들판의 풍경이 되고 있다.

올 한해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무인 트랙터, 경운기로 밭갈이, 논갈이하는 농부의 웃음 띤 모습이 인상적이다. 경운기에 모를 싣고 논으로 가는 여성 농부의 주름진 얼굴 속에 평안함이 어려 있다.

북한 농촌의 풍경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여기저기 줄을 지어 꽂혀 있는 빨간 깃발과 ‘충성심이 풍년의 열쇠’라는 선동 구호들, 농촌을 지나는 주요 도로변 농경지 입구에 설치한 단속 초소와 완장을 두른 단속원들, 일하는 농민들의 신경을 거스르며 울리는 방송차의 소리는 농민들의 스트레스 원인으로 되고 있다.

평안남도 평성, 순천 사이 국도만 해도 모내기 전투에 진입하면서 농촌 동원 노력 보장을 위해 보행자 단속 초소를 8개소 설치하였는데, 중요 도로 외 우회로에 추가로 더 설치하라는 상부의 요구로 일하는 사람보다 단속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현실이다.

같은 5월이지만, 너무도 판이한 농촌 풍경은 남북의 농촌을 다 경험한 필자의 마음을 너무도 아프게 한다. 강제와 동원, 선동으로 농민의 노력을 착취하는 북한 농촌 풍경은 너무도 살벌하고 대조적이다.

북한 노동당은 해마다 농촌 동원을 강제하며 총동원이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50년간 반복되는 고된 동원령에 주민들의 피로와 불만만 쌓일 뿐, 식량문제 해결은 안 되고 상당수 주민이 아사 직전의 상태에 놓여있다. 역사적 사실은 총동원과 충성 강제로 식량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북한 노동당이 진심으로 인민의 복리와 행복을 바란다면, 시장을 개방하여 주민들이 시장 경제활동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