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20대 청년 2명, 불순녹화물 시청 죄로 정치범수용소행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명시된 규정보다 더 소위 높은 처벌 내려져…주민 사상 통제 강화

/그래픽=데일리NK

북한이 한국 드라마, 영화 등 이른바 ‘불순녹화물’을 시청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철산군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 씨가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불순 녹화물을 시청했다는 죄목으로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

관리소에 가게 되면 살아서는 나오기 어려워 북한 주민들은 이를 사실상 최고형으로 인식한다.

A 씨는 과거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다 적발돼 노동교화형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 이번에는 사실상 최고형에 해당하는 관리소 처분을 받게 되자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너무 과한 처분이 아니냐”며 울분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A 씨가 불순 녹화물을 유입·유포한 게 아니라 단순히 시청하다 단속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0년 말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4장 제27조(괴뢰사상문화전파죄)에 ‘괴뢰(남한을 비하하는 말)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괴뢰 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유입, 유포한 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괴뢰 영화,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했거나 유포한 경우에는 무기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률을 근거로 하면 A 씨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거나, 엄중성에 따라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아야 하지만 사실상 최고형이라 여겨지는 관리소에 가게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지난 6월 신의주에서는 20대 남성 B 씨가 음란물을 시청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돼 체포됐으며, 그 역시 최종 판결에서 관리소 처분을 받았다.

B 씨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동식저장장치에 음란물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여러 편 저장돼 있어 가중 처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주민들은 B 씨가 노동교화형 처벌을 받을 것으로 봤다가 예상과 달리 관리소 처분을 받게 되자 “법이 갑자기 세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높아진 처벌 수위에 긴장하는 분위기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남조선(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다 적발됐다 하더라도 인맥을 동원하거나 단속반에 뇌물을 주면 풀려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1000딸라(달러) 이상의 돈을 써도 처벌을 피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0일께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한 사상교육사업을 강화하라 내용의 중앙의 지시가 도·시·군 당위원회 선전부에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지시문에는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강화할 것 ▲조직별 사상교육 사업을 철저히 할 것 ▲인민반 등 조직별로 감시·신고 체계를 강화할 것 ▲괴뢰 영상물, 성 녹화물 등 모든 불순물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경계할 것 ▲사회주의 혁명과 관련된 학습을 강화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미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상 교육과 단속 및 검열 활동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