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직후 각 지역 군수공장에 무기 생산 확대에 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전승절 직후인 지난달 29일 토요 총화 시간에 평안북도, 자강도 등지의 군수공장에 포치(지시)를 하달했다.
해당 포치에는 ‘모든 무기는 미제와 괴뢰도당(남측을 비하하는 말)을 향한다. 미제와 괴뢰도당이 거듭되는 경고에도 전쟁의 불길을 지핀다면 자기가 지핀 불에 타죽게 만들 것이다. 전쟁의 책임은 미제에 있기에 우리가 공개하지 않은 무기들을 가지고 선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승절 직후 이 같은 포치가 군수공장에 하달된 것은 전승절 행사 기간 강조돼 온 대미·대남 공세 기조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군수공장 노동자들을 결속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중에서도 ‘모든 무기는 미제와 괴뢰도당을 향한다’는 언급은 이달 21~24일 진행되는 한·미의 ‘을지 자유의 방패’(을지프리덤실드, UFS)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을지연습을 두고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특히 포치 마지막 부분에는 ‘다량의 무기 생산으로 원수님(김 위원장)께 충성의 보고를 드려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군수공장에 무기 대량 생산을 지시한 것은 군이 보유하고 있는 구형 무기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이와 동시에 기존 무기를 러시아에 판매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지난 6일 북한 매체가 전한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시찰 보도에서 ‘국방경제사업’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과 관련해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소식통은 “최근에 생산한 새 무기를 바로 해외에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무기 거래는 무기고에 저장돼 있던 구형 무기를 파는 식으로 해왔고, 이를 계기로 실전배치 무기를 신형으로 교체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실전배치된 무기들을 신형으로 바꿔 전략무기와 포무력 중심으로 개편된 전투조직 체계를 완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군에서 김 위원장의 가장 큰 신임을 받다가 올해 초 해임됐던 박정천 전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번 김 위원장의 현지 시찰에 동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북한군의 전투조직표를 전술·전략무기 및 포무력 중심으로 개편한 책임자가 박정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 1월 당 전원회의에서 박정천이 해임됐을 당시 그가 화력 중심의 북한군 전략전술을 수립한 인물이기 때문에 언제든 군 관련 직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박정천이 무인기 대응 실패로 해임? “언제든 복귀 가능성 있어”)
소식통은 “박정천 동지는 여전히 원수님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라며 “인민군대의 30년 무기체계를 내다보고 전략을 세운 사람이기 때문에 실질 공정이 완성되는 현 단계에 현장에서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분석해 볼 때 이번에 김 위원장이 시찰한 군수공장은 자강도에 위치한 공장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보도에서 군수공장의 소재지나 위치를 밝히지 않았는데, 보도사진 속 김 위원장 뒤로 김정일과 연형묵 전 자강도 당위원회 책임비서가 함께 찍힌 사진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자강도에 위치한 군수공장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