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亞 ‘민주주의 섬’ 키르기스스탄에 K-ODA가 있었다?

코이카, 자동개표기·전자주민카드 지원 등 키르기즈 민주주의 제도 정착·이행에 기여

한국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가 ODA를 통해 키르기스스탄 정부에 지원한 자동개표기의 모습. /사진=코이카 제공

중앙아시아의 ‘민주주의 섬’이라 불리는 키르기스스탄.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재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는 것과 달리 키르기스스탄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현재까지 6번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1991년 소련 독립 이후 장기집권한 아스카르 아카예프(Askar Akayev) 대통령을 축출했던 2005년 ‘튤립혁명’과 친인척의 국정 개입을 방조하던 쿠르만베크 바키예프(Kurmanbek Bakiyev) 대통령을 몰아낸 2010년 ‘제2 튤립혁명’, 그리고 부정선거 무효를 이끌어낸 2020년 반정부 운동까지 키르기스스탄은 지금껏 3번의 혁명을 경험했다.

물론 혁명 이후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언론탄압이 심화하는 등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도 적잖은 이바지를 하고 있다.

실제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코이카가 투명한 선거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한 710대의 자동개표기를 이용해 대선과 총선 그리고 지방선거를 치렀고, 개표 정확성 98%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투표용지를 개표함에 넣자마자 용지를 스캔해 개표를 자동화하고 그 결과를 수기 개표와 비교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카랏 아브드라흐마노프(Kanat ABDRAKHMANOV) 키르기스스탄 경제상업부 차관은 외교부공동취재단과 만나 “한국 코이카의 선거 지원을 통해 투명하고 공평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며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 경험을 주변국에게도 전수하려 한다”고 밝혔다.

카낫 아브드라흐마노프 키르기스스탄 경제상업부 차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경제상업부에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비슈케크)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를 급속도로 이뤄낸 우리의 경험과 한국의 IT 기술이 결합된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가 키르기스스탄의 민주주의 제도 안착에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코이카가 제작 및 기술을 지원한 전자주민카드(e-National ID·이하 e-NID) 도입 사업은 키르기스스탄 국민의 투표율 상승 등 정치 참여에 영향을 미친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코이카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746만 달러를 투입해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전자주민카드 190만장을 발급하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기술·역량을 지원했다.

인디라 샤르셰노바(Indira Sharshenova) 키르기스스탄 디지털개발부 차관은 “한국 코이카의 도움으로 전자주민카드 프로젝트가 아주 성과있게 진행됐다”며 “선거에서 유권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용도로 활용하면서 투표율을 높이는데도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전자주민카드 도입이 행정 간소화는 물론 정부의 행정체계에 대한 주민 신뢰도를 높이는데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전자주민카드 IC칩 안에 주민 생체 지문 및 전자 서명까지 탑재해 위조 범죄를 막고 이를 교통카드나 세금 납부는 물론 여권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인디라 샤르셰노바 키르기스스탄 디지털개발부 차관(오른쪽)과 아셀 케넨바예바 인포콤 센터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비슈케크)

이에 대해 표경주 코이카 키르기스스탄사무소 부소장은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현재는 e-NID 사업을 기반으로 출생증명서, 운전면허증, 차량번호, 외국인출입국 등 여러 가지 행정 시스템을 전자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지원한 전자주민카드 사업이 키르기스스탄 정부의 행정체계 디지털화에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이카는 키르기스스탄 국회 데이터를 전산화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2020년 10월 총선 부정선거에 대한 대규모 시위로 인해 국회에 보관돼 있던 데이터가 심각하게 훼손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회 입법 절차를 수기로 진행하는 등 의정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국회는 지난 2021년 4월 박병석 국회의장이 키르기스스탄을 방문했을 때 국회 재건 및 디지털화 지원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코이카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사업 타당성 조사를 시행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데이터 센터 구축 ▲본회의장 회의 장비 도입 및 표결정보 공개 시스템 개발 ▲의안 기록물 전자화 및 공개 시스템 개발 등의 지원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단순히 재원만 지원하는 일차적인 원조를 넘어 개발국이 스스로 민주주의 제도를 이행해나가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