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③] 평양의 으리으리한 새 살림집들, 태반이 부실 공사

물 새고 습기 차는데 값싼 자재로 건설…외부 공사만 끝나면 서둘러 완공 평가 '허술'

[편집자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 집권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0년간 김 위원장은 인민 생활 향상과 경제 발전을 최우선에 두고 의료·관광·상업·산업·주거 시설 등 각종 시설 건설에 주력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왔습니다. 데일리NK는 김 위원장 집권 10년 동안 ‘치적사업’으로 일컬어진 이 시설들의 건설 과정을 돌아보고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주민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이 시설에 대한 북한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조명해보는 ‘김치전: 김정은 치적사업의 전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평양시 서포지구 건설 조감도.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사업으로 꼽히는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사업이 3년차에 접어들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1월 열린 8차 당대회에서 2025년까지 수도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 살림집 건설을 주요 과업으로 제시한 배경에는 아버지 김정일이 이루지 못한 ‘평양 10만 세대 건설’ 과업을 이어받아 성취한다는 유훈 관철의 의미와 김정은 시대 핵심 사상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건축을 통해 드러낸다는 목적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사업 3년차인 현재까지 목표량보다 많은 살림집이 건설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송신·송화지구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화성지구, 서포지구와 향후 계획 중에 있는 금천지구 등을 합해 총 5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한다는 목표인데, 각 지구에서 목표량이 초과 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북한이 목표량보다 더 많은 살림집을 건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데에는 허술한 준공 기준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현재 북한은 평양 살림집 골조 건설과 출입문, 외부 창호 공사만 끝나면 준공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준공이 끝나면 국가에서 더 이상 자재를 지원하지 않아도 되고 목표 세대수도 빠르게 채울 수 있어 외관 공사만 끝나면 서둘러 완공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 인테리어 공사까지 완료돼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살림집은 전체의 5~7%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95%의 입주 예정 세대들은 변기, 수도꼭지, 벽지, 장판, 타일 등 내부 공사를 개별적으로 해야 하고, 내부 공사를 진행할 여력이 없는 세대는 입주를 포기하고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외관 공사도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평양 소식통은 “윗집 부엌 가시대(싱크대)에서 새는 물이 고스란히 아랫집 천장에 흘러내려 난리인 집이 한두 집이 아니다”며 “외벽 습기 방부제 공사도 제대로 안 됐는지 지난겨울 습기가 가득 차 벽지가 썩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자재 부족으로 부실시공이 점점 더 만연해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철근, 시멘트 등 기초 건설에 필요한 자재마저 부족해 값싼 저강도 자재를 기초 공사에 쓰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자재가 부족한데도 짧은 기간 안에 많은 살림집을 지으려니 쓰면 안 되는 자재를 섞어 쓰는 일이 흔하다”며 “어떻게 지었는지 과정을 아는 사람들은 겉이 아무리 화려해도 고층 아파트에는 안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전력이나 물 부족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실제 송화지구 고층 아파트 입주자들은 승강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쌀이나 부식 거리, 물 등 등짐을 지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비정상적인 승강기 운행에 살림집 입주 예정자들은 고층을 꺼리고 심지어 낮은 층을 배정받기 위해 뇌물을 바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고층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하자 담당 기관에서는 ‘계단으로 걸어 다녀야 건강해지고 무병장수할 수 있다’는 선전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런 선전이 비상식적이라고 꼬집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사람들은 물 공급이 명절 공급처럼 가다 한 번씩 나오는데 매일 물을 길어다 어떻게 계단으로 나르라는 얘기냐며 계단으로 물 지고 다니다가 관절이 닳아 없어져 걷지도 못하게 생겼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다만 평양의 살림집 건설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민도 있다. 특히 지방 주민들은 ‘평양이 세계적인 수준의 도시가 되고 있다’며 현대식 살림집에 입주하는 평양 시민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지어진 평양 살림집에 입주하는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하지만, 지방 주민들은 화려하게 변모하는 평양의 모습을 보며 ‘나라가 발전하고 있다’는 등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