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 생산에 내몰려고 장마당 운영 시간 줄여…주민 생계 지장

장마당에 자리 있는 주민들도 길거리서 장사…단속 나선 시 안전원들과 추격전 벌이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19년 1월 16일 회령시 오산덕협동농장에서 퇴비전투에 나서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새해 첫 전투 과제인 퇴비 생산에 주민들을 내몰기 위해 장마당 운영 시간을 줄이면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새해 들어 청진시에서는 퇴비 생산을 이유로 장마당 개장 시간이 변경됐다”며 “원래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이던 장마당 개장 시간이 1시간 줄어 2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청진시에서 장마당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만 운영되고 있다. 가뜩이나 벌이가 안 돼 생활고를 겪는 주민들이 장마당 운영 시간마저 줄어들면서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을 명목으로 장마당 운영 시간을 대폭 줄인 바 있다. 실제 코로나19 전 청진시에서는 장마당이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8시간 운영됐으나 코로나19 후에는 하절기 5시간(오후 2~7시), 동절기 3시간(오후 2~5시)으로 줄어들었다.

장마당 운영 시간을 하절기, 동절기로 나눈 것은 북한이 코로나19 이후 하절기, 동절기에 따라 시간을 달리해 주민들의 야간 통행을 금지해오고 있는 것과 연관된다.

무엇보다 장마당은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경제활동 영역인데, 북한이 주민들의 생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퇴비 생산에 내몰기 위해 장마당 운영 시간을 축소하면서 상당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나 돈 쓸 일이 많은 겨울철에 장마당 운영 시간이 줄어 벌이에 지장이 생기고 있는 실정에서 새해를 맞으며 장마당 운영 시간이 더 줄어들자 주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장마당 개장 시간이 3시간일 때도 죽지 못해 겨우 살았는데 퇴비 생산을 핑계로 장마당 이용 시간을 또 줄이니 어떻게 먹고살 수 있겠는가”라며 “이 때문에 장마당 안에 자리가 있는 주민들도 요즘 생계유지를 위해 길거리 장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돈을 벌어 먹고살아야 동원에도 잘 참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장마당 시간을 줄이고 밥도 먹지 못해 허기진 사람들을 퇴비 생산에 소처럼 내몰고 있으니 당장 먹거리 해결이 시급한 주민들은 하는 수 없이 물건을 팔기 위해 길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길거리 장사에 나서는 주민들이 많아지자 청진시는 시 안전부 안전원들을 대거 동원해 길거리 장사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청진시 길거리에는 안전원들이 쭉 늘어서서 길거리 장사를 단속하고 있다”면서 “그 속에서도 먹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주민들은 안전원들의 눈을 피해 가며 물건 팔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곳곳에서 안전원들과 상인들 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소식통은 “먹고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라며 “특히 우리나라(북한) 여자들은 장사로 가족을 먹여 살리기도 버거운데 사회적 동원에까지 내몰리고 있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