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北미사일 발사로 얼룩진 2022년에 안녕을 고하며

몽골 주재 북한 대사관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 정면에 8차 당대회 관련 선전물이 걸려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2022년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곳은 몽골 울란바타르 시내입니다. 몽골 주재 북한대사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지요. 북한이 올 한해 그토록 강조했던 8차 당대회 선전 사진이 대사관 건물 벽면에 걸려있습니다.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지만 그나마 요 며칠 날씨가 조금 따뜻해졌다고 합니다. 혹한의 날씨만큼이나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북한대사관 앞 풍경입니다. 다가오는 2023년 한반도에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는지요. 새로운 해의 전망을 위해서는 2022년 북한 관련 이슈를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022년의 시작인 1월은 김정은이 2021년 12월 당 전원회의 시 연설한 내용을 신년사로 공개하면서 분주한 첫 달을 보냈지요.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10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을까요? 한 해 동안 8차 당대회와 전원회의 과업 관철을 위한 내부 결속과 통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이루어졌습니다. 8차 당대회에서 선언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지침에 따른 핵무력 고도화 작업이 한 해를 점철한 듯합니다. 화성 17형 발사에 이어 4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고체연료 엔진 실험까지 그야말로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지난 5월에는 처음으로 비루스(코로나19) 환자 발생 사실을 알리고, 뒤이어 8월에는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던 것도 주요한 이슈였네요. ‘세계보건사에 특기할 방역대승’이라며 김정은이 “불철주야 방역전장들을 찾으시어 즉시적인 비상조치들을 취해주시었다”라는 선전도 빼놓지 않았지요.

지난 9월 9일에는 ‘공화국창건 74주년 기념일’을 맞아 김정은과 리설주가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축하공연도 열렸습니다. 12월 14일자 로동신문 기사에서는 이 공연을 “우리 식의 대작”이라며 그 성과를 치켜세웠지요. 원문을 그대로 옮겨보면 “우리식 문명의 본보기적 실체, 새로운 문학예술혁명의 리정표를 마련한 공연, 모든 분야에서 도식과 경직을 타파하고 끊임없이 새것을 지향하고 창조해나가게 하는 중요한 계기로 된 사변적 의의가 있다”라고 합니다.

올 한해 이슈 중 윤석렬 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김여정의 막말 담화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김여정은 담화문을 통해 “통일부 것들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라며 “형편없는 `담대한 계획`인지 뭔지 하는 것을 붙들고 앉아 황당한 망상만 하고 있을 대신 서로의 감정을 자극해 격하게 번져가는 작금의 사태를 안정시킬 생각에 전념하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았지요.

마지막으로 김정은의 딸인 김주애를 공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겠지요. 대량살상무기를 자랑하면서 10대의 어린 딸마저 정치적 선전물로 활용하는 김정은의 정신상태를 가늠하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2023년 남북관계는 또 어떻게 펼쳐질까요? 2023년은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9월 9일 정권 수립 75주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北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일) 70주년 등 주요 정치 기념일이 몰려있습니다. 북한이 이른바 5, 10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라 이런 기념일을 계기로 대미·대남 위협 수위를 한층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북한이 대결과 도발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북한의 정치기념일이 아닌 우리의 시선으로 2023년을 보면 더욱 뜻깊은 한해를 맞습니다. 바로 지난 1983년 6월에 시작된 KBS의 이산가족 찾기 특별 생방송이 40주년이 되는 해이지요. 4개월이 넘게 계속된 방송을 보며 온 국민은 전쟁이 남긴 상처에 함께 울었습니다. 만 여건의 상봉이 기적처럼 이뤄져 분단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보듬었지요. 당시의 방송물은 물론 제작진의 수첩까지 2만 5백여 건의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지요. 이산가족의 아픔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 이산가족이라 말할 수 있는 탈북민을 고려하면 이산가족찾기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일들 다 이루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인사말을 해마다 건네지만, 우리의 간절한 소망인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는 언제쯤이면 이루어질까요? 그날이 언제일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묵묵히 이 길을 가다 보면 통일과 마주할 날 속히 오리라 믿습니다. 새해에도 우리의 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얼룩진 2022년에게 안녕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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