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주의보’ 내린 북한 IT 인력들, 어떤 활동·생활 하나?

[인터뷰] 좁은 아파트에 단체 숙식하며 외출 없이 하루 20시간 일만… "국가는 안 내보낼 수 없어”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왼편에는 북한 평얀북도 신의주, 오른편에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한국 정부가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북한의 불법적 외화벌이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에서 북한 정보기술(IT) 인력에 대한 정부 합동주의보를 발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에 있어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데, 실제 북한 IT 인력들은 해외에서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

데일리NK는 지난 13일 중국에서 북한 IT 인력들을 감시하는 간부 A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10~20여 명 단위로 소그룹 생활을 하는 북한 IT 인력이나 관리 간부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일을 맡고 있다.

A씨는 수시로 이들의 생활을 감시하고 있어 중국에 파견된 북한 IT 인력이 어떤 경로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지, 또 이들의 생활 환경은 어떻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 등 자세한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파견돼 있는 북한 IT 인력들은 좁은 아파트나 사무실 공간에서 단체 숙식하며 감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 18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하며 한 달에 최대 2만 달러(한화 약 2600만원)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IT 인력들은 민간인이지만 군수공업부, 국방성, 정찰총국, 국가보위성, 중앙당 등 주로 국가 권력 기관이 모집하는 해외 파견자 선발에 지원하거나 이들의 추천(뽄트)을 받고 해외로 파견된다.

모든 기관은 기본적으로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IT 인력을 파견하고 관리하는데 기관별로 이들을 활용하는 목적이 조금씩 달라 맡겨진 업무도 조금씩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예를 들어 군수공업부, 국방성 소속 파견자들은 ‘1.8자금’으로 불리는 군수자금을 마련해 당에 송금해야 해 가상화폐 탈취나 해킹 등 단번에 큰돈을 마련할 수 있는 불법적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정찰총국이나 국가보위성 소속 파견자들은 기본적으로 정보 수집 업무를 병행하면서 비교적 소액의 외화를 벌어 당자금으로 헌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북한 IT 인력들은 북한과 가까우면서도 인터넷망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중국에 집중 배치돼 있으며, 그중에서도 랴오닝(療寧)성과 지린(吉林)성에 가장 많은 인력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T 관련 업무는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면 어느 곳에서든 작업할 수 있고, 많은 인력을 북한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 파견해 관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 북한 해외 파견 IT 인력들의 주 활동지가 되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아래는 A씨와의 인터뷰 전문

/사진=pixabay

–중국에 파견돼 있는 북한 IT 인력들은 주로 어떤 방법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나?

“미국이나 카나다(캐나다), 남미 나라들에서 콤퓨타 프로그람(컴퓨터 프로그램) 만드는 일이나 싸이트(사이트)를 만들어주고 휴대전화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람 개발과 관련된 주문을 받아서 수행해주고 돈을 받는다. 전자 상가를 꾸린다고 하면 이와 관련된 프로그람 전체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원래 값보다 눅은(싼) 가격에 해주니까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다만 개인별로 주문을 따오는 능력이 다르고 콤퓨타 실력도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익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최근에 한국 정부는 북한 IT 노동자들이 국적이나 신분을 위장하고 한국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주의보를 발표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나? 이런 주의보 발령이 IT 인력들의 활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

“매일 남조선(남한) 뉴스를 본다. 우리와 관련된 일이니 당연히 알고 있지 않겠나. 그렇지만 우리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남조선이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북미, 남미 이런데 일을 주로 한다. 다른 나라 콤퓨타 업계에서는 어느 나라 출신인지 신원 확인하고 일감 주는 데가 별로 없다. 그저 가격이 눅은 곳에 일을 맡기는 거다. 물론 남조선 일을 아예 안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하려는 일에 조건이 맞으면 하는 거다. 어차피 돈 벌려고 하는 일인데. 원래도 남조선에서 그런 식으로 버는 돈은 많지 않기 때문에 남조선에서 무슨 제재요 주의보요 우리 일을 막으려는 수단을 내놔도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

–IT 인력 개인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궁금하다. 이 돈에서 당자금도 따로 떼는 것인가?

“해외에 나와 있으면서 당자금 안 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루빠(그룹)별로 계획이 다르다. 그루빠를 관리하는 사장들마다 올해 당자금 얼마하겠다 하는 계획을 올려보낸다. 우리는 올해 20만 딸라(달러)하겠다 할 수도 있고 15만 딸라 하겠다 할 수도 있다. 개별적으로 벌어가는 돈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가 일을 잘 따와서 일을 많이 하는 애들은 한 달에 3000~5000딸라도 번다. 항상 이렇게 벌 수는 없지만 일이 많을 때는 그만큼 벌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경제도 안 좋고 일감도 쉽게 구하기 어려울 때는 못 하는 애들은 500딸라나 벌까. 요즘은 일이 없어서 힘들어 하기는 한다. 많이 벌어도 연차가 많아지면 당자금 계획분도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벌어야 자기가 가져갈 수 있는 돈도 많아진다.”

–북한 IT 인력들이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고충이 있는지.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제일 힘들어하기는 한다. 원래도 밖에 잘 안 돌아다니게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애들이 더 못 나갔다. 조그만 사무실이나 아빠트(아파트)에서 24시간 같이 지내고 하루에 4~5시간 정도만 빼고 밤낮 콤퓨타 앞에 지키고 앉아있어야 한다. 그러니 대부분 3~4년 하면 힘들어서 못 한다. 옛날에는 혹간에 시장 구경이라도 하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더욱 잘 못 나가게 한다. 20대 남자애들이 갇혀서 콤퓨타만 하려니 힘들지 않겠나. 그래도 국가 입장에서는 노무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것이니까 (해외에) 안 내보낼 수가 없다. 어쩔 수 있나. 내년에 조국(북한)에 들어갈 수 있게 될 테니 참고 버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