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이례적으로 딸을 대동했다. 김 위원장과 그의 딸이 손을 잡고 미사일 주변을 거니는 모습은 고스란히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에 북한이 최초로 김 위원장의 자녀를 공개한 의도와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주민들 속에서는 김 위원장의 후대사랑과 자위력을 강조하고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체제결속력이 이완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자녀를 선전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자녀 공개에 대해 북한의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데일리NK는 김 위원장의 자녀 공개 이후 평양의 한 고위 간부와 양강도의 한 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번 자녀 공개에 우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양강도 주민은 “자제분을 공식적으로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가장이라는 점을 드러내 인간미를 선전하려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평양의 간부는 이번 자녀 공개에 내부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면서 “자제분 공개는 후대를 위해 전심전력하는 인민의 어버이로서의 행보로, 인민들을 고무 추동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문, 방송을 통해 김 위원장의 딸이 최초로 공개됐다. 갑자기 자녀를 공개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평양 고위 간부(이하 A): 원수님(김 위원장)도 사랑하는 딸을 키우시는 한 가정의 아버지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자식들의 머리 우에(위에) 있는 전쟁의 불구름을 거두고 전쟁 없는 평화의 미래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자제분 공개는 후대를 위해 전심전력하는 인민의 어버이로서의 행보로, 인민들을 고무 추동하기 위한 목적이다.
양강도 주민(이하 B): 원수님의 딸 사랑을 보여주면서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가장이라는 점을 드러내려 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인간미와 친근한 모습을 주민들에게 선전하려는 것이 아닐까.
–주민들은 딸 공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A: 친근한 한 가정의 아버지로 원수님을 흠모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원수님과 자제분이 (미사일) 발사장에 같이 간 사실이 공개된 다음 날 바로 중앙당 조직지도부와 국가보위성에서 유언비어나 헛소문을 차단하라는 포치가 내려졌다. 자제분이 나오고 바로 다음 날 조직적 포치가 내려지니 공개적으로 입을 열거나 표현하는 대상(사람)은 거의 없다. 이사 온 이웃집 사람을 이야기하듯이 조용히 말들은 한다.
대체로 온 나라 국사(國事)를 책임지시는 원수님도 한 가정의 가장, 아버지라 가정의 미래와 후대에 영원히 전쟁이 없는 국가를 물려주시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시찰을 다니신다고 생각한다. 당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극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B: 어린 딸을 그것도 핵미사일 시험발사장에 데리고 나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제분을 공식적으로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주민은 원수님의 딸을 보고 ‘아버지 엄마 닮아서 곱게 생겼다, 엄마 닮아서 복스럽다’라는 등 대부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일부 주민들은 인민들 심지어 어린이들에게도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인식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 딸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A: 키가 거의 아버지 수준이어서 ‘어려서부터 잘 먹었겠지’, ‘원수님 가정이 무엇이 부족해 못 먹였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는 또 아버지 엄마 골고루 닮았고 어머니를 더 닮았다는 평도 있다.
B: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대로 닮았다고 하는 주민들이 많다. 또 일부 주민들은 세상에 부러운 것 없이 먹고 입히니까 아이가 나이대에 비해 크고 성숙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왜 아들이 아닌 딸을 데리고 나왔을까? 주민들은 김 위원장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A: 아들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설령 모르더라도 많은 사람이 아들은 당연히 있다고 믿고 있다. 아들이 없었으면 여사(리설주)가 열병식 단상 같은 곳에 공개적으로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북한) 구조상 아들이 없어 대를 잇지 못하는 여성은 조선의 어머니가 될 자격이 없다고 여긴다. 조선의 어머니로 우대하니 사람들은 당연히 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드님은 후계자이기 때문에 무조건 감췄다가 최소 20대 이상 성인이 된 다음 나중에 나올 것이다. 10대 소년 때 모습을 인민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없다.
다만 따님은 미래 인민의 지도자감이 아니니까 데리고 나와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여기에 이미 외국에 알려진 자제분이어서 외국 유학도 할 수 없으니 공개했다고 본다. 이번에 나온 자제분은 후계자보다는 원수님의 고모(김경희) 같이 수령을 보좌하며 당에 충직한 전사가 될 사람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B: 아들이 있다는 소문은 돌았으나 정확히 몇 살인지 몇째인지 모른다. 아들이 막내라면 너무 어려서 데리고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첫째가 아들이라면 다른 나라로 유학을 보내고 (국내에) 없을 수도 있어 딸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소문이 돈다. 다만 아들이 아니라 딸을 공개한 만큼 다음 후계자는 아니리라 생각하고 있다. 어떤 주민들은 다음에는 아들을 공개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 딸 공개와 관련한 교양이나 또 다른 선전은 없었나?
A: 이번 자제분 공개에 대한 당, 정, 군 책임간부 학습반 강연이 두 번 있었다. 주로 ‘원수님께서도 사랑하는 자제분과 휴일에 쉬고 싶으신 한 가정의 아버지이다. 그러나 수천수만의 이 나라 가정의 행복과 후대의 내일을 위해 불철주야 노고를 바치신다. 그 길에 원수님의 가정도 함께 계신다. 위인 중의 위인의 가정이라는 것을 보여준 감명 깊은 역사적 화폭이다. 온 나라를 감동의 도가니에 휩싸이게 한 순간이었다’는 내용이다.
B: 아직까지 특별한 것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