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일에 또 세외부담…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는데…”

함흥시 여맹, 꽃바구니 진정 행사 비용으로 세대 당 5000원 요구…충성심 명목으로 부담 전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 27주기를 맞아 추모 분위기를 고조하고 있는 각지 소식을 전했다. 사진은 만수대언덕에 꽃바구니를 진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남도에서 김일성 사망일(7월 8일)을 앞두고 꽃바구니 진정을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지난 5일 함흥시에서 구역별 인민반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조직에 7월 8일을 맞아 동상에 꽃바구니를 진정할 데 대해 포치했다”며 “여기에 돈이 필요하다며 세대당 5000원의 세외부담을 준 상황”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매해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각 단위에 동상과 교시판 등에 꽃바구니를 진정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김일성 사망일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꽃바구니 진정 행사가 진행되는 것이지만,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장기화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이 같은 행사 준비가 더 큰 부담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금 식량 가격이 상승해 주민들이 생계난을 겪고 있는 형편에서 꽃바구니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돈을 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행사 때가 되면 남편은 직장에서, 아내는 인민반이나 여맹에서, 자녀들은 학교에서 여러 가지 명목으로 돈을 걷어가, 사실상 한 세대에서 이중 삼중의 세외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 현재 장사 등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여성들은 남편들에게 ‘배급도 안 주고 돈만 내는 직장에 출근하지 말라’고 말해 가정불화까지 일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이런 경제적 부담 때문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요즘 들어 굶어 쓰러지는 세대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충성심을 명목으로 주민들에 세외부담을 시키고 있다”며 “일부 주민들은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는데도 죽은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명목으로 돈을 내라고 하니 기막혀한다”며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시의 한 주민은 “밥 구경은 해 본 지도 오래고 이달 들어 죽 벌이도 안 돼 굶어 죽기 직전인데 삼중으로 돈을 바치라 하니 콱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돈이 없어 못 바쳐도 충성심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민들의 생활난은 모르는 체하면서 마른 나무에서 물을 짜내고 있다. 피를 팔아서라도 돈을 바치면 충성심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선전 대상이 되는 세상”이라고 한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의 불만 확산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불만을 잘못 표출했다가는 반동 취급을 받을 수도 있어 주민들은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