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서 쌀·옥수수 가격 일제히 상승…주민들 속에선 ‘한숨’

햇감자, 보리 등 대체 곡물 시장에 충분히 풀리지 않은 듯… "먹고 살기 힘들다" 목소리도

북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한 장사꾼이 곡물을 팔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시장 물가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쌀과 옥수수 등 식량 가격이 상승해 끼니를 거르는 북한 주민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북한 시장에서 쌀 1kg의 가격은 평양 5300원, 신의주 5320원, 혜산 56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30일에 조사된 가격보다 평양과 혜산은 300원, 신의주는 120원이 올랐다.

옥수수 가격도 지역별로 일제히 상승했다. 12일 북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평양 2800원, 신의주 2830원, 혜산 2850원에 판매됐다. 옥수수 가격은 지역별로 50~200원이 상승했다.

북한 주민들의 주식인 쌀과 옥수수 모두 많게는 6~7%가 오른 셈이다.

일반적으로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햇감자나 보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면 쌀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 가격은 다소 하락한다. 실제로 지난달 말에는 개인들이 재배한 햇감자 수확이 시작되면서 쌀과 옥수수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다시 가격이 상승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협동농장에서 재배한 햇감자나 보리도 비교적 대량으로 시장에 나와야 쌀이나 옥수수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까지 농장 수확량이 시장에 충분히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농장에서 수확한 햇감자나 밀, 보리가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곡물 가격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뭄으로 인해 수확량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당장은 쌀과 옥수수 등 식량 가격이 상승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하루에 한 끼 풀죽 쑤어 먹는 가정도 많은데 옥수수 가격이 100원이라도 오르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먹고 사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은 지역별로 1000원 이상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기준 휘발유 1kg 가격은 평양 1만 2300원, 신의주 1만 2000원, 혜산 1만 2200원으로 지난달 말 가격보다 9~12%가 급락했다.

반면 경유는 1kg당 평양 1만 40원, 신의주 1만 200원, 혜산 1만 60원에 거래돼 지난달 말 가격이 대체로 유지됐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북중 국경봉쇄가 한층 강화된 이후에도 휘발유와 디젤유 등 연유(燃油) 수입은 지속되고 있고 이달 초에도 중국에서 유류 수입이 이뤄졌다.

휘발유 가격 하락이 두드러진 것은 수입이 이뤄지면서 공급이 늘어난데다 코로나로 인한 북한 내부 이동 통제로 수송기관의 휘발유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디젤유의 경우 농번기로 농기계 사용이 지속되고 있고, 생산 또는 운송용 경유 수요가 휘발유보다 크기 때문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달러와 위안화 환율은 지역별로 모두 가격이 하락했다. 12일 북한 원·달러 환율은 평양 7100원, 신의주·혜산 7120원으로 이달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북한 원·위안화 환율도 평양 790원, 신의주 800원, 혜산 810원으로 조사돼 지난달보다 20~30원가량 하락했다.

외화 환율 하락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강화와 무역 축소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부 국경 지역의 무역 기관을 중심으로 북중 무역이 일부 허용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환율 하락세가 유지될지 무역 기대감에 반등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