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北에서도 인기… “같은 혈맥을 이은 민족의 자랑”

EPL 녹화 중계에서 토트넘 제외해도 주민들은 '관심'…득점왕 수상 소식에는 "매우 잘됐다"

손흥민
지난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라과이의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 선수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에서 손흥민 선수와 그가 속한 축구팀 토트넘 홋스퍼 FC의 인기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손흥민 선수가 나오는 경기를 중계방송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전 세계 최상급 리그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의 활약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잉글랜드 축구 최상급련맹전(EPL) 선수 중에서는 손흥민이 인기가 가장 높다”며 “같은 혈맥을 이은 민족의 자랑인 선수이기도 하고 골인(득점)을 잘하고 두 발 다 잘 쓰며 볼을 몰거나 간파하는 동작이 빛 속도처럼 빠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구단 중에서는 손흥민이 몸을 담그고 뛰는 토텐햄(토트넘)을 좋아한다”면서 “그(손흥민)가 조동(이적)하는 구단이 어디든 다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해외 축구 경기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해왔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서 제공하는 조선중앙TV 편성표를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에는 월드컵 지역 예선과 본선,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국가 대항전 위주의 경기를 주로 중계했다.

그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프랑스 리그앙,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별 리그 경기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다만 북한이 올해 4월부터 방영한 총 21번의 EPL 녹화 중계 가운데 토트넘의 경기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북한 주민들은 손흥민 선수의 경기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북한 주민들은 수준 높은 해외 축구 리그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소식통은 “우리 선수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서 잘 못 뛰고 순전히 악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며 “외국 축구를 보면 선수들 영양이 좋고 얼굴에 혈색이 넘쳐야 볼도 가지고 논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손흥민 선수가 21-22시즌 EPL 득점왕에 오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자 소식통은 “몰랐다”면서 “사실이라면 매우 잘됐다”고 기뻐했다.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 역시 북한 내에서 손흥민 선수의 인기가 높다고 전해왔다.

이 소식통은 “손흥민이 어려서부터 재간을 익혀 다른 나라에 직업선수로 나가 돈을 버는 사람이고 축구에 일생을 건 악바리 선수라고 알고 있다”며 “한 동포인 손흥민 선수가 최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잉글랜드 축구 최상급련맹전 선수 중 더 좋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의미가 중요하다”며 “손흥민 선수는 우리나라(북한)는 배출하지 못한 현시대의 축구영웅으로 우리 민족의 기개를 과시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은 손흥민 선수의 리그 득점왕 수상 소식을 접했다면서 “국경 인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손흥민 선수 소식을 거의 알고 토텐햄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손흥민 선수의 경기만 중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남조선(한국) 최고 선수를 강조해주면 주민들이 우리보다 잘사는 아랫동네(한국)에 축구까지 뒤진다고 생각할까 봐 안 내보내는 것”이라며 “우리가 내세울 선수가 없는 것도 체육 종목에서 국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테니 (한국 선수가 등장하는 경기를) 방영할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경제적인 이유로 체육 인재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식사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어 선수들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사정”이라며 “중앙, 도급 선수단 선수들의 영양 문제에 대해서도 자력갱생하라는 입장이어서 선수들이 훈련에 제대로 임할 수 없는 실정이고, 이 때문에 자녀들을 체육 전문 기관에 보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