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칼럼] 태영호 의원의 문재인 대북 특사 제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처음에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태영호 의원의 발언 말이다. 지난 12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의원은 대북특사에 문재인 대통령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제로 질의를 했다. 그는 “김정은과 제일 많이 만난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재인을 대북특사로 보내라는 제언을 어찌 입에 담을 수 있는지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더욱이 누구도 아닌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태영호 의원의 입에서 말이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김정은에 대한 ‘굴욕이자 굴종’이었다. 남북관계를 정치적 잇속으로만 계산해 ‘거짓평화쇼’에 혈안이 되었었다. 희대의 독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김정은을 마치 평화의 전령사 인양 둔갑시키기까지 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포격 도발의 주범인 김영철을 최고 국빈으로 대우해 머리를 조아리고,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어 북한민주화와 인권을 탄압한 장본인이다. 무엇보다 평화라는 허울 아래 ‘통일’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시대였다.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자가 북한 열병식을 야간에 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자인까지 했으니 그들이 북한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명약관화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피로 지켜온 숭고한 역사이자 가치다.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국가 근간을 뒤흔든 지난 5년간의 폭정이 이제 겨우 막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마땅히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 김정은을 많이 만난 것이 장점이라는데, 만나서 무엇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 만남 속에 진정으로 북한 주민의 실질적 삶의 개선과 인권을 위한 정책이 얼마나 있었는지 따져 묻고 싶다. 괴물급이라 평가되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추가 핵실험까지 예고되면서 결국 지난 5년은 북한 정권에게 시간을 벌어준 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대북정책을 이어받아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을 운운하니 그저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리가 통일을 바라는 이유는 북한의 지하자원과 남한의 기술을 합쳐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백두산에 관광 가고 평양에서 냉면 먹으며 시베리아 횡단철도 타고 유럽에 가기 위해 통일을 꿈꾸는 게 아니다. 바로 그곳에 두고 온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의 폭정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의 절규와 눈물이 그 땅을 적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일을 늘 우리의 시각과 편익 정도로만 여긴다. 심지어 “통일되면 북한에 있는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저렴한 노동력이라 표현하는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자 대한민국 국민이다.

윤석렬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강조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경제적 풍요로움을 북한 주민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확고한 원칙을 기준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저해하는 핵무기를 내려놓고 남북한 주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태영호 의원은 고향이 북쪽인 사람으로 누구보다 실향민과 제2의 이산가족이라 말하는 탈북민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리라. 선거에서 지역구민들이 그를 지지해 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북한 정권의 실체를 제대로 알리고, 당시 문재인 정권의 대북 굴욕에 대해 바로 잡아 달라는 바람을 담지 않았을까? 최소한 당시 미래통합당이 서울 강남갑에 전략공천 했을 때는 그만한 역할과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가 쓴 <3층 서기관실의 암호>는 지금까지도 통일북한 관련 도서 중 밀리언셀러로 기록되어 있다. 책 출간 당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에 신물을 느낀 소시민들이 한두 권씩 사서 책돌리기 운동을 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의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 미국의 WSJ는 “한국에서 조용히 살 수도 있었지만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고 3만 3,000명 탈북자들을 대변에 왔다. 이번 당선의 정치적 의미가 무엇이든 목숨을 걸고 탈북한 자들에게 희망의 신호를 주었다”라고 보도했다.

당시 당선자 신분의 태영호에게 기자들이 당선되면 먼저 하고 싶은 활동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때 태영호 의원의 대답은 “동료 선원을 살해한 뒤 귀순한 북한 선원 2명을 북으로 추방한 작년 11월과 같은 사건이 재발 되지 않도록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북한주민추방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말했었다. 지금 그 법안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묻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주민의 자유를 이루기 초석으로 남아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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