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NK는 최근 북한 서해 해상에서 사용되는 지휘일람표를 입수했다.
본보가 입수한 ‘지휘일람표’는 지난 2020년 3월 말경 북한군 후방총국 참모부에서 발행했으며, 서해지역의 해군과 후방총국 산하 수산사업소들에 1500부 이상 배포된 것으로 표기돼 있다.
이 지휘일람표를 통해 북한이 800여 개의 직명, 기관, 지대명, 해구 어종을 암호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해상에서 통신기를 사용할 시 지배인은 ‘대성산 101’ 또는 ‘101’로 부르고, 지휘소는 ‘룡악산 202’ 또는 ‘202’, ‘연합지휘부 206’ 또는 ‘206’ 등으로 불러 송수신하도록 했다.
이는 북한 서해상에서 군 경비정과 조업 어선이 교신할 때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대화 내용을 적으로부터 철저히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암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서해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지휘일람표 사용에 대해 불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서해상에서 사용되는 암호문이 적군에 노출, 해독됐을 것에 대비해 2년에 한 번씩 지휘일람표를 바꾸고 있다. 그러면서 군은 조업에 나서는 어선들이 출항할 때 선원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과 함께 무전수들의 암호문 숙지 상태를 꼼꼼히 검열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수백 가지에 달하는 암호문을 습득한 무전수를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조업 어선들이 출항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해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조업이 제한되고, 여기에 더해 고기잡이로 위장해 탈북하는 주민들도 발생하면서 어선들의 출항이 엄격히 통제됨에 따라 고기잡이 자체가 어려워져 통신병 출신 등 무전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에 최근에는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에 해당) 졸업생들에게 통신 관련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어선 출항 시 통신 관련 업무를 맡을 인력은 여전히 형편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실제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 후 서해에서 고기잡이 어선들의 출항 제한이 지속돼 유능한 무전수들이 다 떠나버렸다”며 “먹고 살기도 힘든데 누가 수백 가지에 달하는 암호문을 머리 아프게 암기해 배를 타겠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소식통은 “지난 3월이 암호문이 바뀌는 달이지만, 종이 사정 때문인지 현재(4월 말)까지 기존 지휘일람표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