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한 유치원이 상급 기관의 검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지난 4일부터 혜산시 혜탄유치원에 대한 시 교육부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교원들이 원생들에게 공급되는 콩우유를 갈취해 장마당에 넘겨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집중검열을 받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유치원과 탁아소에 콩우유 공급을 시작한 것은 1992년부터였으며,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어린이 콩우유 공급은 중단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린이들에 대한 영양 공급에 특별한 관심을 쏟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해 6월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국가적 부담으로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젖제품(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공급하는 것을 당의 정책으로 수립하겠다”고 밝히는 등 어린이를 위한 사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북한 당국이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하면서 어린이 영양식품 공급에 관한 당 정책은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나라에서는 아이들을 ’나라의 왕‘, ’조국의 미래‘라고 치켜세우면서 아이 사랑을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콩우유 하나도 배불리 먹일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산 원료를 활용한 콩우유 생산은 각 지방에서 책임지고 있으며, 실제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식료품공장에서 만든 콩우유가 아침마다 유치원들에 차로 운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물가 급등 현상의 영향으로 콩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공장에서는 물을 많이 섞은 콩우유가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유치원 교사들이 일부 콩우유를 몰래 뒤로 빼돌려 장마당에 내다 팔면서 아이들에게는 공장에서 생산된 것보다 더 묽은 콩우유가 공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유치원 교원들이 원생들에게 공급되는 콩우유를 빼돌리는 것은 교원 처우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국가에서 배급을 비롯해 생계유지에 필요한 기초적인 보장을 안 해주니 교원들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사들이 오죽 힘들었으면 어린이들에 공급되는 콩우유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 했겠느냐”며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마음 놓고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생활편의를 보장해주는 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