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우크라이나 침공과 김정은의 미사일 ‘스위치’

김정은, 김여정, 국방과학원
북한 국방과학원이 1월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해 ‘대성공’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김정은 당 총비서도 시험발사 현장에 참관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하였다. 그것도 수도 키예프를 정면 조준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평화라는 말의 성찬과 조약(paper)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자강과 동맹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지난 ‘아프카니스탄 사태’에 이어 또다시 생생히 목도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같이 소용돌이치는 국제정세하에서 27일 일요일 아침에 전략무기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 1월 연이은 다종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올해만 해도 8번째 도발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진행되어 더욱 주목된다.

도발 배경 및 저의

이번 도발은 ‘예정된 시나리오+우크라이나 사태’로 요약된다. 먼저, 이미 계획된 도발이라는 점은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와 올해초 제8기 4차 전원회의 등을 통해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을 계속 천명해 왔던 점 ▲미국의 대북 이중기준과 적대시정책 철폐 선전전을 강화해 온 점 ▲올해 1월 내내 미사일 도발로 미국과 대한민국을 압박하였던 점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과 김정일 생일 등 대내외의 큰 정치이벤트를 고려한 숨고르기를 끝낼 시점이라는 점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또한 최근 군서열 1위인 박정천 당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군 지휘부가 김정은의 백두산 시찰 등 1호 행사, 김정일 80회 생일 보고대회 등에 불참했던 동향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해 주었다.

다음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도 김정은의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도발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군사 행보를 테스트해 볼 수 있고 ▲고립무원에 있는 푸틴을 간접 지원하는 효과를 거양할 수 있으며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시진핑과의 차별성을 과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평가된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리더십의 교체기에 즈음 문재인 대통령 무시전략을 넘어 대선후보들에게 “나는 나의 길을 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수효과도 노렸다고 평가된다.

한마디로, 이번 북한의 도발은 “핵보유국 목표 달성을 위한 복합적인 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변하지 않는 체제목표는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를 통한 핵보유국 위상 확보이다. 이를 위해 가용자원을 총투입하면서, 전술적으로는 중국을 뒷배로 삼으며 대미 압박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미사일 개발 권리를 선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직거래만 성공하면 한국 정권의 성격(진보, 보수)은 큰 문제가 안 된다는 내부판단이 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예상 행보

먼저 주요변수를 보면, 구조적으로는 ①미-중 패권경쟁 가속화, ②코로나19 팬데믹 확산, ③북한의 핵불포기 노선이 있다. 다음으로 남북한 및 주요국 변수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고도화 계획, 경제난, 2~4월 축전 ▲한국의 4월 및 8월 한미합동군사훈련, 5월 신정부 출범,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와 11월 미국 중간선거,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전 동향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지만, 가장 우선 고려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공고화’와 ‘핵보유국 위상 확보, 미국과의 군축협상’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종속변수일 뿐이며, 미국과의 대결전(대결과 대화)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그리고 실행 방식은 변수가 많아 변화무쌍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기(기싸움)-승(도발)-전(물밑협상)-결(공식대화 또는 대결?)’ 식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고, 김정은 공식 집권 10주년(4·13)·김일성 110회 생일(4·15)이 있는 4월까지가 주목된다.

결 어

따라서 우리는 ‘핵을 개발 중일 때의 북한’과 ‘핵을 실전배치하는 단계의 북한’은 “체제목표와 전략전술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부터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장기적 안목과 원칙에 기초한 당당함, 국제공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대선정국에 즈음하여 “전쟁이냐 평화냐”는 이분논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흑백논리는 완전히 틀린 프레임, 국민 겁박, 혹세무민의 대표적 선동구호이다. 이런 관점으로만 보면 “유비무환, 사즉생 생즉사”를 외친 충무공도 전쟁광일 뿐이다. 이들은 평화주의자가 아니라 굴종주의자, 망상주의자, 선동가일 뿐이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전쟁이냐 굴종이냐? 전쟁이냐 항복이냐?’가 보다 정확한 비유다. 안보는 평화의 기초이고, 전쟁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피할 수 없을 때 당연히 고려해야 할 플랜B 수단이기 때문이다.

힘이 곧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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