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순천발전소 ‘경쟁도표’ 훼손 사건 발생…성과주의 부작용?

순천화력발전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4일 순천화력발전소 전력생산자들의 사진을 싣고 “조국의 불빛을 지켜 누가 보건말건, 알아주건 말건 애국헌신의 땀을 묵묵히 바쳐간다”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조국의 불빛을 지켜가는 전력생산자들의 모습은 볼수록 미더웁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한 기업소에서 게시판에 공개된 성과 순위표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지나치게 경쟁에 따른 성과주의를 강조하자 압박감을 받은 노동자의 우발적 범행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순천화력발전소의 한 노동자가 공장 정문에 설치된 속보판 경쟁도표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도표에 자신이 낮은 순위로 표시되어 있어 화가 나서 저질렀다고 실토했다”고 전했다.

한 노동자가 순천화력발전소 내 개인 또는 사업 단위의 성과를 공개한 선전물을 훼손해 문제가 됐다는 말이다.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 5개년 계획 및 당의 주요 정책 등에 대한 추진 상황 등을 지속해서 보도하면서 개인 및 기업소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행정기관 총화에서는 추진 정형(실태)을 경쟁도표로 걸어놓고 잘하고 있는 곳과 못하고 있는 곳의 책임자를 연단에 세워 평가한다. 여기에 당 조직은 또 이와 별도로 실적을 당생활평가서의 당성 기준 척도로 삼는다. 이에 실적이 떨어지는 책임자는 행정, 사법적 처벌을 받는다.

북한 당국의 지나친 경쟁 부추김으로 인해 일부 노동자들이 심한 압박감을 받아 우발적으로 선전물을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이 문제로 인해 순천화력발전소 당위원회 선전선동부와 보위부의 주관으로 공장종업원 총회가 진행됐다”며 “이 자리에서 속보판을 훼손한 노동자에 대하여 법적 처벌을 주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속보판 훼손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 행위로 보지 않고 당 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간주해 본보기로 강한 처벌을 내리려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당의 기강을 바로잡는 차원의 본보기 처벌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소식을 접한 주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소식통은 “속보판을 훼손한 정도로 법적 처벌 결정을 한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작은 잘못으로 인해 혹시나 처벌을 받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