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방 주민들은 대체로 당국에서 ‘성대하게 치르라’는 김정일 생일(16일, 광명성절) 80주년이 아닌 정월대보름(15일)을 더 중하게 쇠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16일 “회령시에서 올해 정월대보름엔 무조건 오곡밥과 귀밝이술을 먹겠다는 주민들이 예년보다 더 많았다”면서 “이렇게 해야 액운이 물러가고 일이 잘 풀리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장군님 생일 전 지속 예술공연, 축전, 충성의 노래 모임 등 각종 행사가 진행됐지만, 거기에 마음을 뺏긴 주민들은 별로 없었다”면서 “모임은 형식적으로 참여하고 돌아와 가족의 안녕을 비는 일에 더 집중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당국은 김정일 생일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당 제1비서 추대일(4·11),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일(4·13), 김일성 생일(태양절, 4·15) 110주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4·25) 130주년 기념일까지를 ‘민족 최대의 경축기간’으로 선정했다.
당시 ‘이 기간을 다시는 없을 민족의 경사스러운 대축전장으로 만들기 위해 업적과 위인 칭송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지만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정일 생일 행사도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북한에서는 민속 명절의 하나인 정월대보름을 크게 쇠 왔다. 오곡밥 외에 도라지, 호박오가리, 말린 고춧잎, 고비, 고사리, 고구마순, 무오가리, 더덕, 버섯 등 9가지 마른 나물 반찬을 해 먹고 귀밝이술도 마시는 풍습이 있다.
다만 올해는 오곡밥과 산나물 9가지 중 3가지 나물 반찬과 귀밝이술을 꼭 마셔야 한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예년과 비교해 산나물 가짓수가 6개나 줄었던 셈이다.
특히 주민들은 오곡밥이 지난해의 액운을 쫓고, 귀밝이술에는 좋은 소식만을 듣고 살자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원래는 풍년과 귀가 밝아지는 걸 기원하기 위해 이어온 풍습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올해는 코로나의 액운을 몰아내고 국경 봉쇄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이루어지길 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전언이다.
실제 소식통과 접촉한 회령시 역전동의 최 모 씨는 “지난해에도 살림이 넉넉지 않아 대보름날 아침에 쌀밥을 먹는 것으로 지나 보냈다”면서 “올해는 오곡밥을 먹으면 일이 잘 풀린다는 소리에 며칠 전부터 기장쌀과 조쌀을 비롯한 오곡밥에 필요한 알곡들을 한가지씩 준비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난 2년간의 모든 시련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벽 12시에는 집안 식구들이 귀밝이술 한 잔씩 마셨다”면서 “올해는 보름달을 보며 3번 절을 하면 소원이 풀린다는 말이 주민들 사이에 오가면서 달맞이를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