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아버지 김정일을 연상케 하는 옷차림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뒷말이 무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생일(2월 16일·광명성절)을 앞두고 선대의 업적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으로 김정일식(式) 패션을 선보였지만 주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진행된 평양시 화성지구 1만 세대 주택건설 착공식에 ‘선군복’이라고 불리는 카키색 점퍼와 ‘색안경(선글라스)’을 착용하고 나왔다.
선군복과 색안경은 김정일이 현지지도에서 자주 착용하던 스타일로 김 위원장이 이 같은 복장으로 등장하자 북한 주민들도 한눈에 김정일을 떠올렸다고 한다.
평양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장군님(김정일)을 연상케 하는 게 세 가지가 있는데 선군복과 색안경 그리고 귀를 따뜻하게 해주는 포수모자다”며 이 중 두 가지를 하고 나왔는데 아버지 따라하기를 했다는 걸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김 위원장의 김정일식 패션을 보고) 고난의 행군 때 생각이 난다고 말하는 평양 시민이 많다”고 전했다.
김정일 시대를 생각하면 ‘고난의 행군’ 시기 굶주림과 지방 친척들의 아사(餓死)를 떠올리는 평양 주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국경이 봉쇄되고 주민들 또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성지구 1만 세대 주택건설 착공식에 참석했던 군인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김정일식 패션’을 본 후 선군정치의 기억을 떠올렸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날 행사에는 공병국 건설여단과 군사대학 소속 군관 등 군인들이 대거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소식통은 “장군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선군(先軍)정치’”라며 “사민(私民)들은 선군정치 시절에 어느 마을이든 가축과 처녀는 모두 군인들 것이라는 말이 돌만큼 군인들의 폭정이 심했던 때라고 기억하겠지만 군인들도 좋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군정치할 때는 언제든지 장군님이 현지지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늘 1호 행사 맞이에 모든 노력이 집중돼 있었다”며 “각 부대별로 장군님 맞이에 경쟁이 붙어서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부대 환경을 조성하려고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군인 가족들도 부대원들에게 좋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행사가 있을 때면 한 가정마다 100~300kg의 고기를 내야하는 과제가 할당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군관 부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동원되곤 했었다고 한다.
군관과 군인 가족들에게도 김정일 집권기가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돼 있어서 김 위원장의 아버지 따라하기 패션으로 비판적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집권 10년은 수령님(김일성)처럼 나오시다가 앞으로 10년은 장군님 시대의 선군정치를 하려나보다’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등 평양에서는 아직도 원수님(김 위원장) 옷을 두고 말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