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평양의 음력설 풍경… ‘꽃말’ 알아서 챙기는 ‘이대남’ 인기

[신년 특집⓵] 북한판 MZ세대, 선물·음식 문화에 더해 특별한 데이트 코스 문화 즐겨

/사진=KCTV조선중앙텔레비죤 유튜브 캡처

오는 2월 1일은 음력 정월 초하루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명절이다. 북한에서 20대 청년 남녀들의 명절 나기가 이채로워 눈길을 끈다.

올해도 당국은 비상 방역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내세웠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같은 듯 다른 북한의 설 풍경선물·음식문화는 여전, 경제 격차에 따라 달라

북한에서도 설이 되면 음식을 먹고 가족, 친지, 이웃, 스승과 설 인사를 나누는 등 명절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서 스승을 찾아 인사하는 건 남한과 다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하고 ‘방역확인서’나 ‘여행 증명서’가 있어야 지역 간 이동이 가능한 북한의 특성상 우리처럼 설에 부모나 일가친척을 만나러 가는 ‘민족의 대이동’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예쁜 옷을 차려입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고 세뱃돈을 받고, 선물을 서로 주고받는 문화는 여전하다.

역시 가장 선호하는 선물은 달러($)나 비(元)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내화를 내밀면 낯빛이 안 좋아진다.

설 명절 음식은 부(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북한의 셀프 국경봉쇄 장기화로 이번 설의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졌다는 게 평양과 지방의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오늘(31일)은 반공작일(오전만 일하고 오후는 휴식), 그리고 1~2일 이틀간 휴식하라고 포치(지시)했다. 직전 일요일까지 합친다면 결국 3.5일간 쉬게 됐다.

이 기간 북한 가정들에서는 다양한 소를 넣은 만두를 많이 빚는다. 얼어 두었다가 설 연휴 내내 국을 끊여 먹는다. 또한 송편, 절편, 설기떡(백설기), 모찌, 찰떡, 떡국도 직접 만들거나 사서 먹는다.

평양시는 1주일 전부터 시장과 상점들에는 설 준비로 붐볐다. 또한 시내 곳곳에 명절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야경 불 장식과 1선 도로 주변에 각종 구호, 깃발, 지화로 장식하는 사업이 구역 행정기관별로 진행됐다.

이전부터 진행된 사업이나 문화는 그대로 반복 중인 셈이다. 다만 ‘장마당 세대’ 다음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손전화(휴대전화) 세대(북한판 MZ세대)’가 보내는 설 풍경은 특별해 보인다. 이에 본보는 이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평양에서 불꽃놀이. / 사진 = 북한 류경 사이트 캡쳐

단둘이 설 데이트 코스 즐기는 평양 이대 남녀들…‘10가지 실천 엽서인기

‘고난의 행군’ 시기 태어난 장마당 세대보다도 더 외부 문화 섭렵에 능숙한 북한 손전화 세대(태어나자마자 손전화를 접한 세대)를 중심으로 독특한 설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평양시 소식통은 31일 “연애 중인 20대 청춘남녀들은 서로 설 명절 일정을 1주일 전부터 엽서로 만들었다”면서 “가고 싶은 곳, 즐기고 싶은 것을 적어놓은 건데, 그 내용에 따라 얼마나 잘 쇘는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이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전적 관념에서 벗어나 명절을 자유롭게 즐기려는 북한 20대 젊은 층의 성향이 읽히는 대목이다.

일단 이들은 음력설 아침 김부자 동상 헌화도 ‘자율성’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거르고 바로 여자친구가 ‘비준’해 ‘엽서’로 만든 ‘10가지 실천 엽서’에 따라 특집 데이트 코스를 밟는 게 추세가 됐다.

여기서 ‘10가지 실천 엽서’ 내용은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아래와 같다고 한다.

류경호텔 만장(옥상) 평양시 전경 부감(俯瞰) 서로 취향 찾기 장소 방문 백화점 쇼핑 예약된 식당에서 점심 전자오락관 방문 야간 개선공원 체험 음식점 거리 즐기기 꽃다발 선물 바래다주기 걷기, 버스나 지하철 타기 등 자유롭게 결정하기

여기서 꽃다발 선물이 눈에 띈다. 체제에서 강요하는 헌화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이들이 연인에게 줄 꽃은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평양시 이대남녀에게 가장 인기 있는 “달리아와 함박꽃”이라고 한다. 각각 꽃말이 ‘당신의 마음을 알아 기쁩니다’ ‘수줍음, 부끄러움’이지만 북한에서는 ‘당신만 바라볼게요’라고 통한다. 또한 꽃다발에 손편지나 돈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설 명절을 지내는 주민들의 풍경을 전했다. 신문은 ‘설 명절을 축하합니다’라는 북한식 새해 인사를 언급하며 새해 선물로 꽃을 사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설 아침 음식만 먹고 바로 친구집으로”…옹기종기 ‘한류’ 즐기는 농촌 ‘MZ세대’

그렇다면 지방 젊은 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양강도 소식통은 “음력 설에 20대들은 나갈 곳이 없어 리 소재지에서 산보나 하고 집에 5~6명 친구들끼리 모여 주패(카드)를 논다”고 말했다.

설 명절에 연날리기, 팽이치기, 널뛰기, 제기차기와 같은 민속놀이를 즐긴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지방의 20대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일주일 전 돈을 모아 설 명절 기간 집에 들어가지 않고 특정 친구집에서 자기 또래끼리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꽃을 선물하는 도시 이대 남들처럼 화려한 꽃다발은 못 건네도 남한 드라마나 영화시리즈를 구해오는 남친이 인기다.

소식통은 “농촌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비밀스럽게 좋은 영화 구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면서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로 사람들을 옴짝 못 하게 하니 음력 설이라도 행복한 감정에 취해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식통은 “농촌에서 사는 20대 남자라고 왜 도시 남자처럼 꽃을 선물해주고 싶지 않겠나”면서 “농촌은 커다란 꽃다발 주면 별나게 생각하니 이번 설에 연인들에게 서리꽃을 만들어 준다는 청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촌은 평일이나 명절이 따로 없다. 예나 지금이나 이밥에 고기 국 먹으면 명절이고 생일이다”면서 “하지만 요즘 20대들은 좀 다르다. 음력 설이면 부모와는 1시간 정도 같이 있고, 이후에는 연인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에서 이번 음력 설을 맞아 ‘어려워도 서로 건강하게 버티자’는 인사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국경 및 국내 2년 봉쇄로 지칠 대로 지친 주민들이 서로 위로해주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