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 후방검열에 戰時연락망 가동 3군단… “군관들, 토끼 바쳐라”

김치·찹쌀 상납에 한숨 늘어...부대 하전사들 "이렇게만 밥 잘 나오면 영양실조 없을 것" 반색

동해지구 수산사업소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11월 동해지구 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 했다. / 사진=’인민을 위한 길에서’ 책자 캡처

최근 국방성이 인민군의 생활개선과 직결된 후방(후생복지) 문제에 관한 불시 검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데일리NK 내부 군 소식통은 “23일부터 3군단(남포특별시)에 상급 부대 훈련집행 정형 검열이 시작됐다”며 “총참모부, 총정치국이 주도가 아니고 국방성이 나와서 후방부 쪽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해북도 소식통도 26일 “24일부터 620훈련소(황해북도 신계군) 직속 구분대에 대한 후방 실태 검열을 국방성 검열조(15명)가 내려와 진행하고 있다”면서 “후방부, 군인식당, 창고, 사물고 위주로 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3군단, 620훈련소 검열은 크게 ▲훈련 참가 편제 인원수 대비 영양실조 인원 ▲훈련 진입(12·1) 후 군인 급식 공급 실태 ▲‘병사들을 위한 날’ 운영 실태 ▲양식, 피복, 부식, 화식, 난방, 연유 보유 및 공급 통계자료 요해(了解·파악) 등 총 4가지로 구분된다.

전반적인 부대 군인들의 의식주 문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실질적 대책을 촉구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여기서 ‘서로 봐 주기’에 불과했던 검열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치를 뒀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검열조가 안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됐고, 또한 가차 없이 실태 요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각 부대에서는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한다.

3군단은 검열이 들이닥친 바로 다음날 새벽 군단 지휘부 전시(戰時) 비상 연락망 체계까지 가동했다. 그러고는 “아침 식사 배식 전까지 가족소대 1세대당 김치 세 포기, 토끼 한 마리를 후방부 경리과에 바치라”고 포치(지시)했다.

국방성이 가장 먼저 군인 식당에 들이닥쳐 아침 식사부터 볼 것이라는 관측으로 긴급 지시를 내린 셈이다.

남포시 소식통은 “검열조가 들이닥친 다음 날인 24일 아침 식사에 염장 대신 사택에서 내온 양념 된 김치가 식탁에 오르고 밥이 산같이 담겨있었으며 토끼고기국 냄새로 풍성했다”면서 “검열조 성원들도 군인들 아침 식사를 돌아보면서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620훈련소는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당일 평소와 같이 식사를 그대로 올렸다. 소식통은 “첫날은 골씀한(양이 적은) 노란 강냉이(옥수수) 쌀밥과 염장 배추 소금국에 염장무가 다였다”면서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바로 찹쌀이 오르는 등 많이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국방성의 일주일간 검열 예고에 부대 군관들의 한숨 소리가 깊다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남포시와 황해북도에서도 배추, 무, 고춧가루값이 폭등해 군관 가족들도 김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매일 같이 김치를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대 하전사(군인)들은 검열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매일이 검열이었으면 좋겠다” “식탁이 푸짐하고 매끼 반찬과 국이 다르고 밥량도 많으니, 이렇게만 먹으면 영양실조가 왜 생기겠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