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강구역 주택 건설장서 수도관 파손 사건…중앙당이 나섰다

수도 끌어다 쓰면서 인근 주택에 물 공급 차질…불만 품고 움직인 50대 세대주반장 등 붙잡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통강강안다락식주택구 건설사업을 현지지도하며 행정구역 명칭을 ‘경루동’이라고 할 것을 지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보통강구역 다락식(테라스식) 주택 건설 현장에서 최근 수도관 파손 사건이 발생해 평양 내에서 화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보통강구역 호안다락식 주택 건설장 주변 주택지구에 사는 세대주반장(입주자대표)이 다른 세대주들 몇 명과 한밤중 건설장에 들어가 오지관(도기 재질 수도관)을 파손하고 발브(밸브)를 잠근 일로 붙잡혀가 내부가 떠들썩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보통강구역 다락식 주택 건설장 주변 아파트에 사는 50대 초반의 세대주반장은 7월 말 한밤중에 다른 남성 세대주들을 데리고 건설장에 잠입해 수도관을 일부 파손하고 수도 밸브를 잠갔다. 아파트에 공급되는 수도를 건설장이 끌어다 쓰면서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자 이에 불만을 품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건설자들이 후에 현장에서 모르타르(Mortar, 몰탈)를 이기려다 물이 나오지 않자 진상 파악에 나섰고, 그 끝에 인위적인 수도관 파손과 밸브 잠김 상태를 발견해 곧바로 이를 상부에 알렸다.

중앙당 1여단과 중앙당 소속 당원 돌격대가 투입된 보통강구역 다락식 주택 건설은 사실상 중앙당이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 중앙당은 이번 사건을 반동들의 모략이라고 규정하고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성에 사건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안전성 수사국 특별기동대가 나서 본격적으로 주모자를 수색했다.

안전성 수사국은 우선 수도관에 의견이 있는 자들은 누구인지, 수도관을 파손시킨 이유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그러다 건설장이 물을 끌어 쓰면서 가뜩이나 안 나오던 물이 더 안 나온다는 주변 주택지구 주민들의 불만이 있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리고는 주모자를 색출해고자 구역 인민위원회를 통해 주변 주택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요새 물이 잘 나오는가’ ‘수압이 약하지는 않은가’ 등 생활상의 애로를 묻는 세대별 개별담화를 진행했다.

그에 앞서 안전성 수사국은 인민반장들에게 이번 담화가 수도관 파손 사건의 주모자들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에게 잘 협조해 범인을 잡아내면 기름 2통(10kg)을 주겠다”고 포상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인민반장들은 세대별 개별담화를 하며 주모자 색출에 골몰했지만, 이로써 주모자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부녀자들 속에서 말이 나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부녀자 여러 명이 한 집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세대주반장이 세대주 몇 명과 밤에 나갔다오더니 물이 5층까지 올라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중 한 부녀자가 자신과 친한 인민반장에게 별 생각 없이 이 말을 전하게 된 것이다.

마침 포상을 받으려 벼르고 있던 인민반장은 시치미를 떼고 속사정을 캐묻고는 이번 사건의 주모자와 동조자들을 전해들은 그대로 안전성 수사국에 보고했다.

이에 결국 지난 3일 안전성은 주모자로 지목된 세대주반장은 물론 그와 함께 나선 다른 남성 세대주들까지 모두 잡아들였다.

평양 보통강구역 강안지구에 건설 중인 주택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소식통은 “검찰소와 안전성은 국가적 방침으로 건설되는 주택 시설에 손을 댄 것은 반동이며, 이런 자들은 앞으로 자기들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중요 당 정권기관에도 손을 댈 수 있는 자들이라면서 심중한 정치적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수도관 파손으로 주택 건설 공사가 하루이틀 미뤄지면서 체포된 이들이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사건 주모자로 체포된 세대주반장은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원으로 알려져 주민 사회에 더욱 뒷말을 낳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지금 검찰소와 안전성은 행정일군(일꾼)인 그가 수도 시설 구획도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건설장에 와서 정확히 수도관에 손을 댄 것이 아니겠냐면서 이렇게 사상이 글러먹은 자의 행동을 좌시하고 넘어가면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대주반장은 교화형을 선고 받고 그 가족들은 평양시에서 추방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으며, 힘을 보탠 다른 남성 세대주들도 단련대에 갈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주변 주택지구 주민들은 “그 사람들 덕분에 1~2층만 오던 물이 5층까지 와서 그나마 편히 살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 처벌을 받게 됐다”면서 유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안전성 수사국에 사건 주모자와 동조자들을 제보한 인민반장은 실제 지난 5일 포상으로 기름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