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탄원한 北 청년들, 현지서 갖가지 ‘말썽’ 일으켜 문제시

영농자재 빼돌려 팔고 도망치고…농장원들 탄원자 무서워하며 불안해하는 현상도 나타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29일 각지 청년들이 사회주의 건설의 주요전구들로 연이어 탄원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농촌으로 탄원해 간 북한의 청년들이 현지에서 갖가지 말썽을 일으켜 문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달 평안도와 황해도의 일부 농장에서는 탄원자들이 영농자재를 빼돌려 판매하거나 도망치는 현상이 나타났고, 탄원자로 인해 주민이 목숨을 잃는 일도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1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평안남도 온천군의 금성협동농장과 황해남도 해주시의 영양협동농장, 황해북도 황주군의 고연협동농장에서는 농촌에 탄원해 온 청년들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평안남도 소식통은 “지난달 온천군 금성협동농장에서는 평양에서 내려온 20대 초반의 농촌 탄원자 12명이 현지 농장원의 핍박과 생산량에 대한 압박감, 생활상 어려움에 시달리다 도망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중 평소 친하게 지내던 탄원자 3명이 농장이 보관하고 있던 디젤유를 훔쳐 내다 팔고 그 돈을 가지고 달아나면서 사안이 심각하게 다뤄졌다. 온천군 안전부는 탄원자 3명이 기존 거주지였던 평양으로 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평양시 안전부에 사건을 의뢰했는데, 실제 이들은 몰래 평양에 들어와 친구 집을 전전하며 숨어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평양시 안전부는 이 3명을 모두 잡아들여 온천군 안전부에 넘겼고, 이들은 현재 군 안전부 대기실에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훔친 디젤유 값 탄원자들의 부모들이 갖다 바쳤고, 지금 부모들이 온천군에서 숙박집을 잡고 생활하면서 면식을 넣어주고 있다”면서 “어쨌든 보상도 했고, 탄원한 자들인데다 초범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단련대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3명 외 나머지 9명의 탄원자는 단순히 힘들어 도망쳤다가 결국 붙잡혀 다시 농장으로 끌려왔으며, 리당에서는 이들에 대해 사상검토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황해남도에서도 발생했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해주시 영양협동농장에 탄원해 간 해주시내 20대 초중반의 청년 5명이 지난달 비료 7~8마대를 몰래 빼돌려 시장에 내다 팔아 물의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탄원자 5명은 이삭이 여물 때 주는 이삭 비료를 훔쳐 팔고 그 돈을 다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사에 필요한 이삭 비료가 사라지자 해주시 안전부까지 나서 사건 수사에 들어갔고, 결국 탄원자 5명은 덜미를 잡혀 시 안전부 예심과 구류장에 수용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탄원자들은 모두 해주 중등학원 출신의 고아들로, 기관기업소에 노동자로 배치됐다가 이번에 농촌으로 탄원한 이들”이라며 “이 때문에 이들이 훔친 비룟값을 기관이 보상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지만, 기관에서는 ‘우리가 부모도 아닌데 왜 보상해야 하냐’면서 펄쩍 뛰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기관에서는 이들이 노동자로 일할 때도 자재를 빼돌린 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탄원자 5명에게 더욱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에 탄원자들은 “우리 같은 고아들은 죄만 지으면 부모도 없고 힘도 없고 돈도 없으니 바로 예심과에 앉게 된다”면서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12일자 1면에서 “평안남도에서 많은 청년들이 탄광과 농촌을 비롯한 사회주의 건설의 주요전구로 연일 탄원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밖에 황해북도 황주군에서는 지난달 탄원자 2명이 몸싸움을 벌이다 이를 말리던 리당비서 아내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져 농장 내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황주군 고연협동농장에 탄원자들이 갑자기 내려오게 되면서 농장일군(일꾼)들의 집 웃방에 흩어져 살고 있었는데, 그중 리당비서 집에 살던 20대 청년 탄원자 2명이 술을 먹고 싸우면서 도끼를 휘두르다가 가운데서 말리던 리당비서 안해(아내)가 맞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리당비서 집에서 숙식하던 2명의 탄원자 가운데 비교적 외모가 준수한 청년 A 군은 자신을 예뻐하는 리당비서 아내 덕에 모내기에도 나가지 않고 쉬운 심부름만 해왔고, 이에 이 집에 함께 숙식하고 있던 다른 청년 탄원자 B 군으로부터 불만을 샀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러던 중 술김에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붙어 우발적인 사고로 결국 리당비서 아내가 죽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이 일로 A 군도 크게 다쳐 현재 수갑을 찬 채로 황주군 인민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B 군은 도망치던 중 안전원들에게 붙잡혀 현재 살인죄 혐의로 안전부 구류장에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한순간에 안해를 잃은 리당비서는 원한을 풀어달라 난리고, 이 소식을 들은 농장원들은 황주군에 탄원해 온 청년들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다 무서워하고 있다”면서 “농장원들이 불안해하자 농장에서는 청년분조 작업반실에 따로 탄원자 숙소를 마련해놓고 거기서 살게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