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으로 행복해질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세포비서대회를 마친 뒤 “전당의 당일꾼(간부)들과 전체 당 세포비서들이 모든 당 세포를 우리 당의 굳건한 초석으로, 믿음직한 성새로 튼튼히 다져나갈 결의에 넘쳐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평양전자의료기구공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노동당이 개최한 제6차 세포비서대회에 1만 명의 세포비서들이 모여들었다. 총 당원수가 300만 정도라고 한다면 300명 중 한 명은 참가한 셈이다. 김정은과 조용원 조직비서, 각 급(도, 시, 군, 연합기업소, 군부대, 안전·보위 기관 등) 당 조직의 조직비서들이 참석했다.

대회는 얼마 전에 진행된 노동당 8차대회와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과 연결된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모두를 아연하게 하는 최고지도자의 발언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김정은이 직접 “더 좋은 미래를 위한 고난의 행군”을 선포한 것이다. 그는 6차 세포비서 대회 결론에서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북한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수백만의 아사자를 낸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김정일은 1939년의 “고난의 행군”을 상기시키며, “낙원의 행군”으로 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결과는 경제난과 식량난에 의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한다고 한다. 참담한 현실 기만이다.

이번 세포비서대회도 요란한 구호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 요란한 슬로건 뒤에는 가혹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 북한 주민 1인당 1일 소비는 1달러도 못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또한 주민의 50% 정도가 하루 55센트 이하의 수입으로 살아간다는 계산도 나왔다. 제대로 된 식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세대가 적어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도 좋지 않다. 주식은 옥수수인데 그것마저 2월과 3월에 접어들면서 모자란 형편이라는 것이다. 1kg에 1800원(북한 돈)에 거래되던 옥수수가 최근 약 2600원까지 상승하였다.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가 융성하던 시기가 더 나았다는 평가다. 당국이 기간산업을 독점하고 계획경제를 고집하기는 했지만 2000년대 초 종합시장의 공식적 출현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다. 농축산물의 공급도 안정되어 있었고 생필품은 대부분 중국산이었지만 국산품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핵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빙자한 무식한 봉쇄로 파산 직전의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수입에 의지하던 식용 기름, 설탕, 밀가루는 비싸서 일반 주민들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노동당은 말로는 경제를 성장시켜 “인민의 행복”을 위한다면서도 국가 자원의 대부분을 핵과 미사일 등 군수공업에 투자했고, 국경봉쇄로 시장에 대한 상품공급을 차단해 버렸다.

이런 노동당이 왜 “고난의 행군을 또다시 강행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경제적 이유도 아니고 북한 주민이 게을러 빠져서도 아니다. 언뜻 그들의 주장대로 “보다 큰 행복”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체제 유지를 위한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행복에 대한 열망은 정말 소박하다. 그들은 “강냉이(옥수수)밥이라고 마음껏 먹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염원을 외면하고 또다시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운운하는 것은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출구를 찾아야 진정한 지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은 간단하다. 시장경제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개방과 신뢰에 기초한 교류와 협력의 길에 있다.

주민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면 체제 유지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