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간부로 발전해야” 부모 강요 시달린 외동딸, 결국…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무조건 간부가 돼야 한다는 부모의 강요에 시달리던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온성군에 사는 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간부 자격을 갖추고 간부로 발전하라는 부모들의 끈질긴 요구에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다니던 중 지난달 16일 유서를 남긴 채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온성군 읍 동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는 어머니와 역시 간부로 있는 아버지는 외동딸인 이 여성에게 대를 이어 무조건 간부로 발전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줄곧 압박해왔다.

그러나 이 여성은 그런 부모에게 늘 반발심과 반항심을 품어왔다. 실제 그는 중학교 졸업 당시 “입당하려면 무조건 군대에 나가야 한다”는 부모의 말을 따르기 싫어 군사동원부에 등록하고 체력검사를 하는 기간에 부모의 눈을 피해 도망을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에는 부모의 바람대로 군에 입대해 군 복무 도중에 입당하고 제대했으나, 제대 후에도 부모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이 여성은 대학에 가라는 부모에 떠밀려 억지로 대학에 입학해 올해 졸업반에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대학에 다니면서 남자친구를 사귀기도 했지만, 부모 때문에 헤어지게 됐고 더욱이 동창생들에게는 “간부 자식이고 앞으로 간부로 발전할 아이“라는 말을 들으며 외면을 받아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여성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애인도 사귈 수 없게 되자 허탈감에 사로잡혔고,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유서를 남기고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이 남긴 유서에는 “태어나서 내 마음대로 해본 것이 하나도 없는데 당원이면 뭐 하나” “다른 친구들은 애인도 있고 시집도 갔는데 나는 엄마가 애인도 못 만나게 구속하니 살고 싶지 않다” “군대도, 대학도 엄마가 무조건 우겨서 갔는데 나에게는 모두 너무 싫은 일이었다”는 등 자신의 삶과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이 가득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현지 주민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특히 이 사건을 접한 주민들은 “대학에 가고 싶어도 힘없고 돈 없어 갈 수 없는 이들이 많은데, 간부 자식으로 호강해서 그런지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당을 배신했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온성군당에서는 군 안의 당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상급에 알려지게 되면 당원 관리를 잘못했다는 추궁을 받게 될까 우려하면서 외부로 말이 새어나가지 못하게 주민들을 입단속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소식통은 “이 사건으로 자살자의 부모들은 현 직위에서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