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 기록 뒤지고 가족까지 구금…한류 처단 실효성 거둘까?

[김정은 집권 10년⑦] 북한, 단속반 늘리고 기술력 진화도 꾀해...주민 '정보 갈망'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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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에는 “많은 양의 남조선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 및 유포할 경우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은 통제 기구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한류 확산에 대처하고 있다. 원래 북한 한류 통제의 가장 대표적인 기구로 ‘109상무’(109 그루빠)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외색 자본주의 사상을 척결하라’는 김정일의 교시 날짜(10.9)를 이름으로 따서 만들었다.

109상무는 주로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현 사회안전성), 검찰 등에서 차출된 요원들로 구성되며, DVD·USB·라디오·출판물·중국산 휴대전화 등에 대한 포괄적인 단속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109상무’ 소속 요원들이 뇌물을 받고 단속을 눈감아 주거나 압수한 매체들을 다시 되파는 행위가 늘어나자 필요에 따라 별도의 특별 조직을 만드는 조치도 이어졌다.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조직으로 ‘118상무’가 꼽히는데, 불법 출판물과 녹화물을 단속하라는 김정은의 지시(1월 18일)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이를 6‧27상무(이전 109상무)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올해 초 8차 당대회 이후 각 도마다 발족한 또 다른 통제 기구인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82연합지휘부)가 강력히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2연합지휘부 구성원 가운데 컴퓨터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살림집을 들이닥치거나 거리에 나온 주민들을 불시 검열해 USB 등 저장장치나 컴퓨터‧휴대전화 로그기록을 조사한다고 한다. 주민들의 콘텐츠 접속 방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집권 초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결함 있는 사람이라도 0.1%의 좋은 점이 있다면 처벌보다 교양하라’고 지시하는 등 자애로운 어버이 이미지 구축에 힘을 쓰기도 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했고 집권 10년차인 올해에는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하는 등 혁명의 후비대(後備隊)인 장마당 세대의 ‘한류’ 콘텐츠 향유에 이른바 전쟁을 선포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부터 황해북도 승호리, 평산군과 평안북도 피현군 등 세 곳에 관리소(정치범수용소)를 신설하고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외국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반동분자로 규정, 가족까지 구금하고 있다.

이처럼 외부 문화와 ‘한류’에 열광하는 주민들은 반동으로 몰려 억울한 죽음과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핵폭탄이나 군사력이 아닌 셈이다.

북한 반동문화배격법 상 처벌 조항과 실제 처벌 비교. / 사진=데일리NK

당국의 통제한계는 분명맞춤 전략 구축해야

이 같은 김 위원장식(式) 청년들 사상개조, 인간개조 시도는 실효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일단 이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앞선다. 이미 북한 당국이 ‘인민생활 향상 및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북한산 각종 기기를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동시에 외부 콘텐츠를 이런 기기를 통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등 기술 발전도 꾀하고 있지만, 이를 우회하는 전술도 지속 나오는 만큼 당국의 법적 통제력은 점점 힘을 잃어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시장화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물류 이동이 많아지는 점(지금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이 부분이 많이 위축돼 있다), ▲전국 각 지역으로 유, 무선 이동통신을 통해 다양한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빨라진 점, ▲택시, 써비차, 벌이버스 등 운송업 전문업자들이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와 함께 내부에서 벗어나 해외 파견 노동자, 간부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자유롭게 ‘북한의 실체’를 쉽게 듣고 인식하고 있다.

북한의 강력한 통제와 무차별적인 폭압에도 굴하지 않고 ‘한류’에 열광하는 젊은이들과 해외에서 각종 정보를 향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보 자유화’가 시대정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북한 주민과 간부 등 계층과 속성에 따라 나눠 맞춤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주민들의 미디어 기기 이용 방식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상황을 확실히 파악한 다음, 그들의 요구와 의식 수준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